[천안신문] 9일 오전 천안시 하늘은 온통 잿빛으로 뒤덮였다.
미세먼지는 5일부터 천안·아산 등 충청권 하늘을 뿌옇게 가렸고, 급기야 충남도청은 주말인 7일과 8일 이틀 연속 비상저감조치를 발동했다.
하지만 주말을 보낸 뒤인 9일에도 하늘은 여전히 잿빛이다. 충남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9일 오후 1시 기준 천안시 성성동 초미세먼지는 52㎍/m³으로 ‘나쁨’ 수준을 보였다. 아산시 배방읍 역시 같은 시각 기준 45㎍/m³으로 ‘나쁨’ 수준이다.
이번 미세먼지가 닥친 시점은 무척 시사적이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이달 5일까지 천안·아산 등 충남은 한파로 꽁꽁 얼어붙었다. 기상청이 천안 등 충남 일부 시·군에 한파주의보를 발동할 정도였다.
하지만 5일을 기점으로 한파는 한풀 꺾였다. 이러자 이번엔 미세먼지가 들이닥쳐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중이다.
이 같은 급격한 기상상황 변화는 기후위기를 실감하게 한다. 기후변화가 미세먼지 발생 빈도를 높인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후변화로 극지방 빙하가 녹으면 극지방과 유라시아 대륙의 온도차가 줄어든다. 이로 인해 북서계절풍이 약해지고 그래서 한반도 대기가 정체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 수준을 유지하면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빈도도 자연스럽게 잦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 미세먼지에 대해 기상청은 미세먼지 발생 이후 계속해서 한반도 대기 정체로 인해 전일 유입된 미세먼지가 잔류해 있다고 밝혀왔다.
멀게 만 느껴졌던 기후변화, 이에 따른 기후위기가 지금 숨 쉬는 공기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개발논리에 밀려 환경은 늘 ‘뒷전’
과연 정부는, 그리고 지자체는 이런 상황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지난 3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5일부터 18일까지 전국 만18살 이상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윤석열 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정평가가 55.8%로 나타났다.
지자체 수준으로 내려가면 더 처참하다. 미세먼지가 발생할 때 마다 지자체는 그저 시민들에게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시 마스크와 모자를 꼭 착용해 달라는, 원론적인 수준의 권고만 내놓을 뿐이다. 지자체 수준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장기적 전략은 사살상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박상돈 천안시장은 9일 오전 ‘민선 8기 시정운영 4개년 계획’ 언론 브리핑을 통해 “도심하천 수질 개선과 온실가스 감축, 그린모빌리티 확대 보급 등을 통해 시민들의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제시한 전반적인 시정 목표에서 환경이 차지하는 무게감은 떨어진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아산시의 경우 박경귀 아산시장은 ‘곡교천 아트 리버파크 통합하천사업’, ‘신정호 아트밸리 2024년 지방정원 조성, 2030년 국가정원조성’ 등 되려 개발공약을 더 부각했다.
다른 지자체라고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선출직인 지자체장은 ‘실적’을 내야 다음 선거에 승부를 걸 수 있고, 그래서 눈으로 성과가 보이는 개발 사업에 더 무게중심을 두기 일쑤다.
이제 이런 행정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잿빛 하늘이 던져주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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