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6.03 07:28
Today : 2024.06.03 (월)
[천안저널] 천안시 관내 주요 교통요충지마다 현대캐피탈 배구단의 일정을 알리는 대형 불법 선전탑들이 들어서 있다. 한 두 곳도 아니고 하루이틀 된 불법 시설물도 아니며, 수개월에 걸친 본보의 보도로 인해 문제점도 이미 다 알고 있지만 천안시청과 동남.서북 양대 구청은 프로배구 일정이 끝나는 날까지 결국 철거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 1월 하순 본보의 불법 선전탑 관련 취재가 시작되자 양대 구청은 “현장을 직접 살펴보겠다”고 했지만, 이후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난 후에도 “아직 정확한 실태파악이 되지 않았다”며 시간만 끌었다. 아울러 “선전탑이 불법인지 여부를 확인해보기 위해 관련법들을 검토해봐야 겠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순간순간 상황모면에만 급급했다.
수개월 간 이어진 본보의 취재와 보도에도 끄떡 않던 천안 양대 구청은 지난 3월초 현대캐피탈 배구단 측에 철거요청 공문을 보내는 등 뒤늦게 요란을 떨었지만, 그마저도 시간끌기용이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구청은 현대캐피탈 배구단 측으로부터 ‘2013~2014 시즌 프로배구 정규리그가 끝나는 3월 15일까지 철거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했지만, 포스트시즌이 시작되자 배구단 측은 플레이오프 일정을 알리는 광고물로 선전탑을 교체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양대 구청은 “철거하겠다고 하니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거나 “이제 다 끝나가는데 좀 봐 달라”는 식으로 뭉개며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이 끝나는 날까지 불법 선전탑들을 방치했다.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동남구청은 29만7천여건의 현수막과 벽보 등 불법광고물들을 제거하고 101건에 대해서는 1억6300여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으며, 서북구청은 40만1500여건을 단속하고 132건에 대해 3억44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양 구청이 모두 70여만건을 처리하고 5억여원의 과태료를 물렸다.
일반 시민들의 불법 광고물에 대해서는 이처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천안시 양대 구청이 대기업 배구단의 불법 대형 선전탑에 대해서는 어찌 그리 관대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현대캐피탈 배구단의 불법 선전탑은 5개월간 방치하면서 왜 내가 붙인 현수막은 즉각 떼느냐’고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구청은 뭐라고 답할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