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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일어난 일이 아니다얼마 전 경남 산청을 갔다 올 기회가 있었다. 내달리는 차창으로 펼쳐진 전형적인 가을 날씨는 마음을 촉촉이 긴장시킨다. 벼이삭, 황금빛, 허수아비, 흰 구름, 코스모스, 단풍 등이 어느새 그 촉촉한 마음 이곳저곳을 줄타기 한다. 이런 것을 두고 기쁜 긴장감이라고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밝은 미소와 함께 흐른다. 넷이서 함께 하는 여행이라 그것마저도 오감을 넉넉하게 하는 시간이다. 그렇게 즐거운 여행은 돌아오는 내내 이어졌다. 그리고 잠시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을 때 갑자기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잃어버린 것이 아리라, 흠뻑 뒤집어썼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 뱃속이 불편해 급히 화장실에 달려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40년 넘게 목발 질한 당사자로서 목발에 관한한 산전수전 다 겪은 몸이다. 그러기에 아무리 급해도 화장실에 들어서면 어떤 주의를 해야 하는지 경험이 아닌 몸이 먼저 반응한다. 화장실엔 물기가 떨어져 있을 것이 틀림없기에 목발을 직각으로 똑바로 잡고, 조심조심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만약 목발 질을 급하게 하거나 물기를 비스듬히 밟기라도 한다면 그만 꽈당 넘어진다. 그러면 아픈 것, 옷 버리는 것은 둘째고 급한 볼일이 정말 아수라장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너무도 또렷하게 경험한 당사자로서 두 번 당한다는 것은 바보일 수밖에 없다. 급히 화장실 입구에 도착하니, 몸은 수축되고 목발 질은 조심조심. 눈은 물기가 있는 곳을 찾아 예민하게 살피고, 감각들은 온갖 더듬이를 다 내놓고 무언가를 찾는다. 아니나 다를까, 장애인화장실은 문이 잘 닫히지 않았고, 그래서 한참을 더듬더듬 비장애인이 사용하는 화장실로 들어가는데 물기가 이곳저곳 흩어져 있다. 잘 피하고 대처해 뿌듯한 마음을 갖고 나오는데, 저녁이라 날씨가 선선한데도 이마에 땀이 흥건하게 배어났다. 그리고 무슨 태풍이라도 휩쓸고 지난 간 양 마음 밭이 황폐해졌다. 가을에 한껏 고무되고 기뻤던 마음이 어느새 물을 뒤집어 쓴 초라한 생쥐 신세가 된 기분이다. 경험이란 내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그 일을 맞아 내가 한 행동이라고 한다. 누구나 경험하는 극히 자연스런 화장실 드나드는 일. 그 일이 누구에게는 자연스럽고, 누구는 그 일을 맞아 자신에게 보인 행동에 몸서리까지 쳐진다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고속도로 휴게소만큼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 편의시설 등에서 더 이상 친화적인 곳은 없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변하지 않는 사각지대인, 화장실 물기문제는 아득히 멀다. 청소하면 물로 닦는 것이 더 깨끗하고, 그것이 청소의 고유한 기본이 되어버린 화장실. 그것은 비단 휴게소 뿐 아니라 백화점이든 어디서든 똑같은 현상이다. 요즘 화장실을 보면 예전에 비해 아주 예쁘고 실용적이며 문화적 공간으로 만들려고 하는 노력들이 보인다. 그 공간이 목발을 짚는 장애인이나 다른 약자들에게도 똑같은 향유로 공유되기를 갈망한다면 웃기는 이야기인가. 경험은 항상 실제(實際) 세계에서 일어난 것이고 그것의 주체는 개인이다. 아동이 불에 손을 대는 자체가 경험이 아니고, 그 결과로 받은 고통에 연결될 때 경험이 된다고 한다. 교육에 있어서 경험을 통해 배운다는 것은, 마음의 훈련이 육체적인 행동을 수반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소한 것 하나, 그래서 쉽게 눈에 띄는 것이 아니지만 물청소로 바닥이 젖어 곤란을 겪는 사람은 없는가. 바닥에 떨어진 물기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약자들은 없을까 예민하게 반응하는 훈련된 마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내게 일어난 일만 경험이 아니라, 함께 사는 다른 사람들이 겪는 고통으로 연결된 실제를 통해 배우고 바로잡는 행동.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돈 주고 살 수 없는 주체적 경험이요, 내 삶을 풍요하게 만드는 주도적 삶이 아닐 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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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공무원을 움직이게 한다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선망의 대상이면서도 무능력하고 부정․부패가 많은 직업으로 불신의 대상이다. 즉, 양면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의 우수한 인재들은 관료가 되는 것을 희망했다. 자신, 부모님, 가족, 지인 할 것 없이 고시를 패스하는 것을 인생의 성공목표로 삼는다. 미국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우수한 인재들은 경영인이 되어 성공하고자 하는 것을 중요한 인생목표로 삼는다. 직업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고시를 넘어 7․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이들로 넘쳐나고 있다. 한번쯤은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도전해 보겠다는 것이며,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이라는 객관적 증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은 긍정적이지 못한다. 시민들의 대상으로 공무원들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무사안일주의’, ‘부정부패가 심한 집단’, ‘공무원들이 다 그렇치 머!!’, ‘규정에 없어서 안되겠습니다.’ 등 부정적 메타포들이 다수를 지배한다. 그렇다면 유능한 인재들이 공무원이 되었는데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하는 의문점을 가질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관료제의 특성, 공공부문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평적 조직구조, 임파워먼트(권한위임), 신공공관리론(시장에 따른 경쟁원리도입), 거버넌스(정부-시민-시장)의 협력체제 운영, 등의 행정이론도 함께 발달해 왔다. 여기서 필자는 최근 겪었던 이야기를 통해 행정에서의 ‘소통’의 의미와 중요성을 음미해보고자 한다. 최근 대전지역에 근무하는 대학교수의 ‘유등천 이야기’가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매일 아침 집주변에 있는 유등천에서 운동을 한다. 어느 날 문득유등천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쾌적한 시민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없을까?, 지역의 명소로 바꿀 수는 없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매일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유등천이 가지고 있는 꽃, 풍경 등을 올렸다. 그리고 유등천의 문제점과 개선해야 될 사항을 페이스북을 통해 올렸다. 그러자 놀라울 만한 일이 벌어졌다. 유등천을 어떻게 하면 지역명소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친구들이 생겨났으며, 심지어 자신이 제기했던 문제들이 행정기관을 통해 갑자기 해결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1년간이나 천변에 방치되어왔던 흉물스러운 오토바이, 부실공사로 다 떨어져간 자전거도로, 공사 후 방치되었던 폐기물, 시민들의 보행에 방해가 되었던 계단보수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유등천 이야기’가 100회가 되던 날 친구들이 기념모임을 자연스럽게 제안했고, 그 자리에는 친구들, 공무원, 지역의원들이 참석하게 되었다. 즉, 자발적 참여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면서 유등천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토론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목격하면서 필자는 행정학을 공부하는 학자로써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행정에서 강조하는 시민과 공무원들이 소통을 통해 동반자로 인식하고, 협력적 네트워크를 통해 공론이 형성되고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방식이구나!! 하는 것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즉, 공무원들을 움직이게 하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며, 거창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유등천에 자전거 도로를 다시 깔아달라고 시민이 구청을 찾아 갔다면, 공무원은 그랬을 것이다. ‘예산이 없어서’, ‘검토해 보겠습니다.’, ‘담당부서가 달라서 거길 가보세요?’ 라고 말이다. 자신이 시민의 주체로써 지역문제를 지적하고, 시민들이 공감하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공무원이 함께 공감하게 되었을 때 비로써 시민을 위한 행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공무원들도 ‘아! 이건 내가 해야 하는 문제구나!!,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구나!!’ 라고 느낄 때 비로써 시민을 위한 능동적 행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공무원들을 스스로가 움직일 수 있고, 행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은 시민들의 진정한 마음과 소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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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흥타령축제와 천안관광8번째 맞는 2011년 ‘천안흥타령축제’가 ‘다함께 흥겨운 춤을(Let's Dance in Cheonan!)’이란 주제와 ‘춤으로 만나는 세상! 가자, 천안으로...’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돼, 주행사장인 삼거리공원 일대에서 벌어진 6일간의 행사를 마치고 10월 3일 막을 내렸다. 축제위원회의 추계로 축제기간 130만명의 관람객이 참여했으며, 경제유발효과도 170여억에 이른다고 보도되었다. 천안흥타령축제는 2003년도에 시작해 2009년 신종플루로 열리지 못한 것을 제외하면 첫해 5만5천명의 참가자에 비해, 문화관광체육부로부터 2006년 예비축제에서 2007년 유망축제, 2008년 우수축제, 2010년 최우수축제로 선정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나 실질적인 면에서 성장해왔다. 금년도의 행사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보고서가 조만간 나오겠지만, 2010년도 행사가 ‘동네잔치’였다는 일부 부정적인 평가와 금년도에도 날씨문제로 개막식행사에 참여자가 적었다거나 교통문제로 진행이 원만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없지 않았으나 천안시는 천안흥타령축제가 대표축제가 되기 위해 이제껏 해왔던 것처럼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천안시가 이제부터 대표축제가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 이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축제를 통한 천안시의 실질적인 발전모델을 찾아야 하는 일이다. 새로운 모델의 구축은 실패한 정책의 교훈과 다가오는 미래사회의 모습에서 찾아야 한다. 수도권의 관광호텔 부족현상은 오래전부터 예견되었으나 MB가 지적한 ‘전봇대’로 인해 늘 뒷북만 치다 실기한 경우가 허다한데, 제2잠실롯데월드가 그 대표적인 예다. 한국사회는 해방 후 60년 동안 평균수명을 30년이나 늘렸고, 정치적으로 민주화, 경제적으로 1인당국민소득(GNI) 2만불시대를 열어 선진국대열에 올랐으나 그 이면에 문화적 소양을 기르는 데는 매우 미흡했다. 우리가 경제력과 어우러지는 미래사회의 주도국이 되기 위해서는, KDI가 오래전에 발표한 ‘2000년을 향한 장기발전구상’에 의해 정부는 ‘한국사회가 문화적으로 품격을 갖춘 사회’를 목표로 정책을 펴오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덴마크의 세계적인 미래연구센터(소장 롤프 옌센)가 1999년 발행한 미래보고서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는 정보화사회 이후 우리가 맞이하게 될 사회, 필자는 이미 다가왔다고 주장하는, 이야기의 힘이 세상을 지배하고, 꿈과 감성이 주도하는 사회를 설명하고 있다. 농경사회에서 토지가, 산업사회에서 기술과 자본이, 정보사회에서 지식과 정보가 생산력이었듯이 드림 소사이어티에서는 상상력이 생산력과 직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안시가 장기적으로 ‘춤’을 주제로 흥타령축제를 통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미래사회에서 필요한 스토리가 있는 공간과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5천년 역사에서 스토리의 소재는 발굴하려는 사람들의 의지와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찾아내고 만들어 가면 된다. 수도권을 찾는 외래관광객과 내국인들에게 천안에 체류하는 동안 세계의 춤이나 한국의 고유한 춤과 노래를 들려주려면 지금부터 관광숙박을 위한 호텔과 상설공연장의 건설이나 문화예술인의 발굴과 양성도 중앙정부와 함께 꼼꼼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 한 지도자의 비전이 세상을 바꾸듯이, ‘21세기에는 정부의 기능 자체가 국민의 여가이용에 대한 시책을 펴는데 집중할 것이다’라는 루트진(G. S. Lutzin)의 메시지는 흥타령축제를 육성해온 천안시가 미래의 천안관광을 위해 특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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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사회, 착한정부최근에 세상이 얼마나 병들고 나쁘면 개인, 기업, 정부에게까지 ‘착한’ 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 트랜드가 되었다. 즉, 착한 누구, 착한 기업, 착한 정부, 착한 자본주의까지 ‘착함’이라는 용어가 생활속에서 온통 우리의 눈과 귀를 포위하고 있다. 그만큼 세상이 악하다는 것일까? 왜 그렇게 사람들이 착한 것에 목말라 하는 것인지... 우리 사회가 나쁜 누구, 나쁜 기업, 나쁜 정부라서 그러한 것인지... 이러한 착한 신드롬은 우리 사회가 부패하고 정의롭지 못하다는 또 다른 외침은 아닐까? 정부는 공정사회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대지만 그것은 박물관 수장고에 있을 뿐이다. 사회악의 서식지가 어디인지를 보면 다름 아닌 힘 있는 곳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라는 평범한 이치는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이미 진흙탕이 되어 버린 윗물이 공정사회의 깃발을 높이 든다고 믿고 따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저축은행사태로 서민들은 가슴에 피멍이 들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는 절망을 넘어 분노하게 한다. 게다가 한참 공부해야 할 대학생들이 생활고로 인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향하고 있다. 이 땅의 부모들은 자식의 교육을 위해 천문학적인 사교육비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자식을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아 아이낳기를 포기하는 지경이다. 고령화로 인한 노인빈곤의 만연은 어르신들이 최소한의 체면유지도 하기 힘든 상황이다. 선진국 클럽으로 지칭되는 OECD의 최근 보고서(한국을 위한 OECD 사회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성장만으로는 우리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라고 지적하면서 “한국의 최우선 과제는 소득불평등 개선에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OECD는 불평등 및 빈곤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추어 사회보장혜택을 높일 것을 한국에 주문하고 있다. OECD국가는 2007년 기준 사회보장비용으로 GDP의 약 20%를 지출했는데 한국은 약 7.5%만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국민들의 착한정부, 착한사회에 대한 소망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그것은 단순한 복지정책의 확대가 아니라 국가운영기조의 복지국가체제로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의 존엄성 유지에 필요한 보편적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복지국가의 모습이다. 그러한 모습의 실마리를 내년도 정부의 예산편성(복지비 확충)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진정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2012년도 예산구조가 착한 사회, 착한 정부를 소망하는 착한 국민들을 배반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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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법 집행과 사회 비리의 척결조선의 법은 중국(명)의 법을 우리의 실정에 맞게 적용한 것이었고, 체제상 민․형사의 구별이 없었다. 부단한 법의 개정․보완과 법전의 편찬이 진행되었는데, 국가차원에서 제도를 개선하려는 적극적인 의지의 하나였다. 그리고 원칙적으로 백성이 아니고 관계기관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법전 규정의 대부분은 행정기구와 그 운용에 관한 행정법이었으며, 관청 또는 관리에 대한 직무 명령 내지 준칙의 성격을 지녔다. 민사에 관한 규정도 적지 않았으나, 그것은 오늘날과 같은 순수한 사법이 아니라 백성에게 작위․부작위를 명령하는 강제법규였다는 점에서 관리가 지켜야 할 행정법규로서의 민사법에 지나지 않았다. 개정이나 보완이 아니고 새로운 법을 제정할 때에는 의정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의 협의 및 합의 절차를 거쳐 국왕의 윤허가 있은 다음에만 시행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법 제정에 기울인 노력을 짐작할 수 있으며, 법 집행에 있어서도 엄정하고 공평무사했음은 물론이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는 전제는 시간의 고금을 막론하고 진리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원칙과 기준이 애매한 사면을 행하고,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 만든 법을 어기면서 자기 식구 감싸기에 여념이 없다. 비정상의 행위를 하고서는 언제나 국민이 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법 집행이 정치 논리에 밀려 공정성을 잃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은 법을 어기고도 당당하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이 공허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임은 그 사람의 정직성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올바른 지도자라면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인격과 삶을 바로 관리하지 못해 지탄받을 일을 저지른다면 지도자로서의 기본 자격을 상실한 것과 다름없다. 유럽 공동시장의 초기 입안자였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사무총장이었던 헨리 스파크는 “우리는 더 이상의 위원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미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사람을 다스리고 이끌어갈 수 있는 지도자다”라고 했다. 현재 우리에게는 진정한 지도자가 있는지 궁금하다. 요즘 국민적 이목을 끌고 있는 사안은 서울시장의 사퇴와 보궐선거 실시, 교육감 선거에서의 금전거래 문제이다. 주민투표를 실시하여 정책의 정당성 여부를 확인하자는데, 나쁜 투표라고 참정권을 포기하라는 야당의 주장이 먹혀들었다. 주민투표가 부결된 이후 공석이 된 서울시장 자리에 여야를 막론하고 자천, 타천의 인사들이 무성하다. 여기에 의대 출신의 컴퓨터바이러스 백신치료제를 개발한 학자도 선거참여를 전제하면서, 첫 일성으로 여당을 ‘응징’하겠다는 표현을 썼다. 기존 정치권의 일방통행식 정치행위와 소통, 대화 부재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포부가 대단하다. 그런데 그의 표현이 기성 정치인과 별반 다른 바 없어 거북하다. 누구를 위한 정치이고, 누구를 위한 서울시장과 서울시 교육감인지 범부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다. 교육감은 선의의 뜻으로 돈을 주었고, 다른 쪽에서는 위법이라고 한다. 법 집행의 공정성과 법 적용의 기준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듯해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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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세상, 새로운 세상은 어디에 있는가?안철수 교수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교수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다는 관심을 보인 기간은 불과 5일이었다. 그럼에도 서울시민 여론조사에서 50%에 가까운 지지율 폭등은 안교수 개인의 인기보다도 기성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이 표출된 것으로 국민 대부분은 평가하고 있다. 50%의 지지율을 얻은 안교수가 5%를 얻은 박원순 변호사로 서울시장 후보를 단일화한 것은 그들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일반인의 상식은 아니다. 그러나 안교수는 박변호사가 자기보다 더 자격을 갖추었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국민이 안교수에게 보여주었던 기대도 우리사회 리더쉽에 대한 변화와 열망을 표현한 것이라고 몸을 낮추었다. 지난 5일간 드라마틱한 단일화 과정을 보면서 이는 연출이 아닌 자기 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안교수의 진면목을 보여준 또 다른 장면이었다. 박변호사가 최종적으로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안교수는 박변호사가 서울시장 후보로 본인보다 더 준비된 사람임을 인정하였다는 점, 돌풍에 가까운 지지율에 대해서도 우리사회가 이젠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욕구가 본인을 통하여 표출되었다고 판단한 점에 대하여 옳은 선택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번 안교수 신드롬의 진원지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시작되었다. 곽노현 교육감의 초·중·고 학생에 대한 무상급식정책을 서울시의회가 승인했고, 이에 대해 오세훈 시장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시의회에서 재의결하는 형식을 거쳐 시의회 의장이 이를 공포함으로써 무상급식을 놓고 오시장, 곽교육감, 서울시의회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복지논쟁에 불을 붙었다. 오시장이 무상급식반대 주민투표를 청구하여 주민투표가 이루어졌으나 주민투표가 25.7%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개표조차 하지 못하고 결국 오시장은 사퇴하였다. 사퇴 3일 만에 곽교육감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후보사태의 대가로 돈과 직위를 건넸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무상급식에서 시작된 오시장과 곽교육감의 대결구도가 오시장 사퇴와 곽교육감 구속 영장 청구까지 가리라고 그들은 예측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모두에게 참으로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부상된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논쟁을 보면서 국민들은 용어에서부터 혼란스럽다. 일반적으로 선별적 복지는 소득과 재산을 조사하여 복지 수요자를 결정하는 반면 보편적 복지는 소득과 재산조사를 하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특정 복지급여를 평등하게 하는 것이다.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는 보는 시각에 따라 장단점이 다를 수 있다. 정말 국가가 국민 복지를 얼마만큼까지 책임져 줄 수 있을까? 국민의 세금에 전적으로 의존해야하는 재원으로는 국민들의 복지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없다. 진정한 복지는 따뜻한 이웃에서 찾을 수 있다. 국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의 손길이 미쳐 닿지 못하는 곳에는 따뜻한 이웃과 지역사회가 있어야 한다. 이웃을 조직화한 것이 민간단체이다. 2008년 국내 최초로 천안시민간단체공동협력센터가 출범하였다. 그간 천안시에 등록된 200여개의 민간단체를 위한 활동가 쇼셜네트워크 교육, 민간단체 연수프로그램 지원, NGO전문정보관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였다. 10월에는 제1회 천안시민관합동워크샵을 준비하고 있다. 천안시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7개 분야에 정책의제를 발굴하여 천안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정책수립과 집행과정에 반영함으로써 천안시민의 시정참여 기회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국민의 복지가 표를 쫓아다니며 편 가르기에 골몰하는 구태의 정치권에 휘말리지 말고, 지역사회의 복지 현안을 이웃과 함께 고민하고 협력하면서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지속적인 사회운동이 필요한 시대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단체가 활성화되어 나눔을 실천하고 봉사를 생활화할 수 있도록 연대함으로써 기성정치를 극복하고 상식과 비상식으로 통하는 좋은 세상,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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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식량 불확실성의 시대2008년 전 세계를 휩쓴 식량파동 이후 국제 곡물가 상승세가 가파르게 이어지면서 식량위기가 재연될 조짐이다. 세계은행이 7월 발표한 세계 식량가격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올랐다. 식량가격지수가 10% 오르면 굶주림에 고통 받는 지구촌의 극빈층 인구가 1000만 명씩 늘어난다. 올 들어 전 지구적 규모의 장기 가뭄과 홍수로 옥수수, 밀과 같은 기초곡물 생산량이 급감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자 세계 ‘식량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국제 곡물값이 전년에 비해 70% 이상 상승했다며 앞으로 세계 주요 곡물생산지에 이상기온으로 자연재해가 계속 발생할 경우 심각한 식량난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지난 봄 중국 중남부를 덮친 100년만의 최악의 가뭄이나 호주 동부를 급습한 대홍수, 미국과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 지역에서의 라니냐 현상과 같은 기록적인 기상이변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치솟고 일부 국가에선 식량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국제 곡물가 폭등의 주 원인은 기상이변이다. 폭설, 한파, 홍수, 가뭄 등이 지구촌을 휘젓고 있다. 발생 빈도와 강도가 더욱 세지는 추세다. 비정부기구 옥스팜(Oxfam)에 따르면 지진이나 화산폭발 등 지구의 물리적 재난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홍수나 폭풍 같은 기상재해는 1980년대 연간 133건에서 최근 350건으로 급증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상승이 극단적인 기상이변을 몰고 오면서 작황 불량으로 곡물 수확량이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파괴와 이상기후로 경작지가 감소하면서 곡물생산량이 인구증가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주요 4대 작물 가운데 콩을 제외한 쌀과 밀, 옥수수는 수요 대비 공급이 9~14% 부족해져 가격이 평균 20%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집중호우와 같은 이상기후와 벼 재배면적이 줄어들어 쌀 생산량이 2001년 이래 가장 적을 것으로 관측돼 가격 불안과 함께 수급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온난화와 농업용수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통상 기온 1도가 오르면 곡물 수확량은 10% 이상 감소한다.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4차 보고서는 2020년까지 기온이 평균 2.4도 상승한다고 전망했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빙하 고갈, 해수면 상승, 사막화가 가속화된다면 수자원과 농경지 감소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환경 분야 비정부기구인 세계생태기금(UEF)은 지구 온난화에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농작물 생산량이 줄어듦에 따라 세계 인구의 5명 중 1명이 기아에 허덕일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2025년까지 기온상승과 사막화로 아프리카 대륙의 경작지 3분의 2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식량위기를 초래하는 극단적인 기후현상은 사람 때문에 발생한다. 끝없이 확장되는 인간 사회경제 활동의 결과로, 환경을 오염시킨 인간에 대한 자연의 역습이다. 자연의 반격 앞에서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환경적 지속 가능성이 없다면 인류의 장기적 생존도 어렵다. 수자원이 고갈되고 토양과 같은 자연지형이 변화하면서 식량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동북부 지역은 최근 강타한 극심한 가뭄과 식품가격 폭등으로 매일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어린이 50만 명이 당장 굶어 죽을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일상화된 기상이변으로 곡물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세계는 이제 ‘식량 불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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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문화재단, 태생적인 문제 있다전국의 크고 작은 자치단체들이 문화재단 설립 경쟁에 나선 것 같다. 충남도 역시 만시지탄이지만 이러한 대세에 합류한 느낌이다. 충남도는 22일 개회하는 제245회 충남도의회 임시회에 ‘충청남도 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상정해 둔 상태다. 그런데 조례안을 심의 의결할 도의원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도지사 선거공신 자리 만들기라는 의혹을 갖고 있는 것이다. 아주 근거 없는 의심은 아니지만 어차피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 다른 도지사라고 해서 제 식구 챙기기를 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괜한 트집으로 발목잡기를 할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짚는 것이 바른 순서다. 조례안이 원안대로 의결되더라도 설립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될 것인지도 살펴야 옳다. 전북문화재단은 운영조례를 만들어 놓고도 몇 년 동안 설립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충북문화재단 역시 대표이사 선임문제로 몇 달째 표류하고 있다. 대전문화재단은 2009년 출범했지만 역시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충남문화재단이 설립된다면 인근 광역문화재단의 잘못된 출발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태생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지가 관건이 아닐 수 없다. 충남도의 발상은 충남역사문화연구원과 도 문예진흥기금, 충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를 결합시키는 것인데 이런 인위적 통합은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정체성의 정립이 없는 졸속 출범은 차후 각 단체 간 인력과 예산분배로 사사건건 충돌과 갈등이 상존할 가능성이 크다.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의 속마음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기관은 일정한 수익모델을 가진 알토란 경영을 하고 있다. 속된 말로 떵떵거리는 알부잣집이다. 그런 집안이 속빈 강정 같은 집안과 한집 살림을 차리려는데 좋아할 까닭이 없을 것 같다.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 역시 공주, 부여라는 자치단체와의 연관성을 떠나 통합을 논할 수 없다. 반세기를 지켜온 역사성을 반납하고 문화재단의 종속기구로 전입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충남문화재단은 어떤 명분으로 공주와 부여를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문화예술인들이 생각하는 문화재단은 지역문화의 창달과 수준 높은 문화서비스의 제공과 같은 요란한 구호가 아니다. 음지에서, 향토에서 나름대로 열정을 태우며 고군분투하는 예술인들이 자존심을 지키며 창작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제도를 강화하는 일이다. 한 마디로 충남문화재단은 지역예술에 헌신하는 나(우리)에게 어떤 이익이 있나에 대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 논리로 충남역사문화원에도,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에도 똑같은 대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정체성과 사는 방식이 다른 이들 단체의 구성원들이 환호할 수 있을 때 충남문화재단은 축복 속에 출생의 고고성을 울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충남도가 규모의 유혹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의심하고 있다. 충남역사문화원 자산과 백제문화세계화기금까지 합쳐야 출범 기금을 160억대로 만들 수 있고 그나마 체면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아닌 지 묻고 싶다. 충남도의 재단설립 기본계획에 의하면 이들 기금은 형식상의 통합일 뿐 계정별로 운영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뻔하다. 문화예술계는 앞으로도 지금까지의 기금 50억 안팎에서 움직일 뿐이다. 살림을 합쳐봐야 나아질 것도 없는데 공연히 서자 취급받아가며 한집살림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충남문화재단의 설립은 필요하다. 그러나 시너지는커녕 갈등과 소외를 키워나갈 문화재단은 없는 편이 낳다. 지금까지 충남예술계는 재단 설립에 관한 의사결정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왔다.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치가 없었다. 그런 마당이니 재단이 설립되면 더욱 소외되고 애처로워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가난해도 우리끼리 사는 게 자존심을 덜 다치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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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읍내 1903년 실상 누런 복장 우체부천안 중엄리(안서동)에서 살던 민족작가 이기영 소설 “두만강”에서 천안읍내 1903년 실상을 본다. 천안읍내에 제일 먼저 들어 온 왜놈은 우편소가 생기면서 소장 원산이 와 체부 안본 이었다. 이 고을에 맨 먼저 들어 왔을 때에 읍내 사람들은 그들을 신기하게 대하였다. 그들은 경성 부산 간의 비밀 전신을 보장하는 사업을 담당하고 있었다. 정말 그들은 귀신도 모르게 비밀통신으로 서울과 동경 간의 중간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청일전쟁(1894)을 승리한 왜놈들은 서울과 인천에다 거류민을 이주시킨 후에 그들의 보호를 빙자하고 군대를 주둔시켰다. 이렇게 한걸음씩 침략을 흉책하는 왜놈들은 마침내 조선의 우정권을 탈취하여 경성과 부산 간의 전신전화선을 가설하였다. 이에 성공하자 각처에 우편소를 설치하고 동경과의 비밀통신으로써 장래의 노일전쟁(1904)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것은 정치, 경제, 군사 등 각 방면으로 조선 실정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본국에로 보내게 하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과연 그들은 현대문명의 이기로서 귀신의 조화를 부린다는 것이 결코 허황한 소문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옥사자와 같이 누런 복장을 입은 체부가 이따금 밖으로 나올 때는 가죽가방을 어깨에 메고 다니는데 그 속에는 귀신을 배송시키는 주문이 들어 있다는 것도 으스한 말이다. 그것은 한 달에 한 번씩 서울이 가까운 우편소로 그가 출장을 나가서 월말보고서의 비밀서류를 전달하고 돌아오기 때문에 왜놈의 이런 속을 읍내 사람이나 양반들이 알 턱이 없었다. 그야말로 어느 귀신이 잡아가는 줄도 모르고 그들은 여전히 태고적 생활을 꿈꾸고 있었다. 왜놈들은 전봇대를 늘어세운 뒤에 측량을 다시 하였고, 전기선이 여러 줄로 늘어가고 그 다음에는 읍내 뒤로 전봇대를 또 한 줄씩 세워 나갔다. 왜 전봇대를 쌍줄로 또 세울까? 전기선 줄을 늘이고 측량을 하고나면 또 다시 전봇대를 세우고 하였다. 그와 동시에 왜놈들이 푸떡푸떡 기어들었다. 이 고을에도 우편소가 생긴 후에 장터에서 모찌떡 장사를 시작하던 서강풍이와 재빼기에 방 한 칸을 빌어서 이발소를 낸 “가다방”이 그 뒤에 들어왔다. 한데 미구에 또 다시 도는 소문은 서울과 부산 간에 철로를 놓는다더니 과연 그게 정말이었다. 그때까지 이 고을 읍내의 호수는 불과 2백여 호였다. 그나마 대부분이 초가집이었고 주민의 대 다수는 농업에 종사하였다. 경부선 철로 공사는 1904년 11월 10일 완공되어 1905년 1월 1일 개통하고 천안역과 직산역이 영업을 개시했다. 1905년 5월 25일 오룡동우체국 자리에 천안임시우편소가 개소됐다. 그 전에는 천안군청에 임시우체담당 주사가 우편업무를 맡아 했다. 우표를 판매하고 우편물을 받고, 배달부를 두어 우편물을 배달시켰다. 1908년에는 천안역, 성환역에 전신취급소를 설치하고 일본인 전보직을 두었다. 1909년 천안, 성환우체소에서 우편, 전화, 전신을 취급하고 1910년 천안우편국으로 명칭을 바꾸고 1921년에 전화교환이 개신된다. 천안우편국은 천안 근대화 새 문명 개화의 관문이었다. 1949년 천안우체국으로 오늘의 명칭이 된다. 1903년을 기화로 천안은 새로운 문명으로 개명의 눈이 열리게 된다. 신문, 우편, 철도, 전신, 전화로 하여 귀신이 작란하는 기상천외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새로운 문명개화, 개명 근대화의 물결이 정신없이 밀려들어 온다. 우리 스스로가 아니라 힘에 밀려 어쩔 수 없이 근대화문명의 눈을 뜨게 된다. 이때 1903년 7월 6일 개화선각자 윤치호 박사가 천안 군수로 부임하여 천안을 위해 처음으로 기도한다. “하늘의 축복이 천안에 임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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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의 활동기반으로서 시민사회의 개념과 시민운동시민사회에 대한 논의는 다양한 역사적 실천과정에서 발전하였다. 1968년 5월 운동 이후 1970년대 프랑스에서 공산당과 노동총동맹(CGT)의 노선을 비판하고 새로운 좌파의 길을 모색한 ‘제2의 좌파’(La deuxil me gauche)운동, 같은 시기 독일의 녹색운동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사회운동’(New Social Movements), 1980년대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이스 등의 민주화운동, 같은 시기 군부독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라틴아메리카의 민주화운동과 폴란드의 솔리대리티(Solidarity) 자유노조운동에서 시작된 동유럽의 민주화운동 등의 경험들이 모두 시민사회론의 재등장과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복원되는데 직접 간접으로 기여한 역사적 실천들이다. 21세기에 들어서 제3의 물결로서의 민주화 물결과 시민사회의 활성화는 이제 전 지구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론’은 전위정당의 구성, 민주적 집중제, 폭력을 사용한 국가권력의 장악이라는 혁명을 통한 사회주의 정치경제 체제의 건설이라는 구좌파의 혁명모델이 더 이상 사회개혁운동의 모델로 자리하기 어렵게 된 상황에서 다시금 등장한 이론이다. 이미 스코틀랜드의 퍼거슨을 비롯하여 대륙의 계몽주의 사상가들에게서 비롯된 시민사회론이 새로운 상황에서 재검토되고 재구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시민사회론은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시민사회의 사회개혁 에너지를 가지고 억압적인 국가의 관료주의와 경제적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의 자본주의를 견제하고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재구성된 것이다. 민주주의는 시민사회가 존재할 때만 가능하며 시민사회는 강력한 사회운동이 있을 때 존재한다. 여기서 민주주의는 “자기 성찰적이고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개인들 사이의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를 보장”하는 것이다. 사회운동은 시민사회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가치의 선포이며 문화적 지향성에 기초한 창조적 요구 행위이다. 국가권력에 의한 시민사회의 식민화는 이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정당화되지 못한다. 시민사회론은 민주주의로의 이행, 심화, 강화를 이해하고 촉진하기 위한 이론적 자원이며 동시에 시민사회에서 다양한 이슈를 제기하는 시민운동의 자기 이해를 위한 이론적 자원이기도 하다. 제3세계에서는 '시민사회'가 '민주화' 투쟁을 의미하기도 했다. 폴란드의 민주화를 이끌었던 자유노조 연대는 시민사회 연대전략으로 폴란드가 찾아낸 제3의 길이라 할 수 있다. 남미에서는 "억압적인 국가권력에 맞서 투쟁했던 사회영역"을 시민사회라 불렀다. 동시에 시민사회는 "무기력한 정당들의 자리를 대신하는 독립영역"으로 이해되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권위주의 정치를 흔들었던 87년 6월항쟁에서 시민사회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6월항쟁으로 민주화가 이뤄진 뒤 시민사회는 더욱 활성화되었다. 시민사회는 대개 네 가지 정도의 용법을 갖고 있다. 첫 번째 용법은 시민사회는 '민간'이라는 개념으로 쓰인다. '공(public; 국가/정부/지방정부)'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쓰이는 것이다. 두 번째 용법은 '민중 영역'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쓰인다. 한국사회를 끌어가는 주도계층을 중산층이라고 보는 개념이 그것이다. 세 번째 용법은 시민사회를 '제3섹터(The Third Sector)'로 보는 것이다. 시민사회를 정치사회(제1섹터), 경제사회(제2섹터)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보는 것이다. 네 번째 용법은 시민사회를 '시민운동이 전개되는 영역'으로 보는 것이다. 아주 좁은 용법으로는 '시민단체'를 '시민사회'라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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