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 부른 씁쓸한 졸업식 풍경

기사입력 2012.02.16 12:19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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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시즌이다. 천안지역 각급 학교들이 지난 6일부터 10일 사이에 졸업식을 갖고 새로운 다짐으로 상기된 학생들을 축하했다.


    옛날 졸업식은 사제 간, 친구 간 석별의 정을 아쉬워하는 눈물바다였다면 요즘 졸업식은 학교생활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고 상급학교 진학을 격려하는 분위기다. 정든 교정을 떠나고 오랜 시간 함께한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울 만도 한데 친구들과 떠들거나 마냥 즐거운 표정으로 사진 찍기에 열중한다. 자녀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온 학부모들은 형형색색 꽃다발을 들고 졸업식장에 서 있는 아들과 딸을 대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올 해 졸업식은 예전 졸업식과는 다른 풍경이 보였다.


    경찰 순찰차가 교문 주변에서 경광등을 번쩍이고, 정복을 입은 경찰관은 학교 주변에서 학생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건전한 졸업식 문화를 만들자’라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는 교사들 뒤에 무전기를 든 경찰이 일부 행색이 수상한 학생들의 소지품을 검사하고 있었다.

    또 졸업식 후에도 학생들이 조금만 모여 있으면 곧바로 경찰이 다가가 무리를 해산하고 조속한 귀가를 독려했다. 그래서인지 모두가 축하하고 즐거워야할 졸업식장이 경찰의 감시 눈초리로 인해 긴장감에 젖어 있었다.


    학생들의 졸업식 뒤풀이 일탈행위를 예방하고 졸업식과 관련한 학교폭력을 차단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축하와 격려가 있는 축제의 장이 경찰의 경계망에 휩싸여야 하는 상황은 지나쳐 보였다.

    실제로 경찰을 바라보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썩 기분 좋지 않은 언짢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8일 서울 63빌딩에서 서울지역 조폭 거물의 모친 팔순 잔치가 열렸다. 63빌딩 앞에는 경찰관 100여명이 집결해 잔치에 참가한 조직폭력배들의 동태를 파악하는 등 조폭과 경찰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 모습은 마치 요즘 중·고등학교 졸업식과 사뭇 닮아 있었다. 학생들의 졸업식 일탈 행위가 얼마나 막장으로 치달았으면 교육 당국이 학교에 경찰을 들였겠느냐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학생을 조폭 취급하듯 강압적으로 감시하는 모습은 눈에 거슬렸다.


    경건한 가운데 선·후배와 사제 간 석별의 정을 나눠야 할 졸업식장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안타깝다. 송사와 답사로 졸업식장이 눈물바다가 되고 온가족이 총 출동해 기념사진 찍은 뒤 자장면이나 돈가스를 먹던 졸업식장 풍경은 이제 점차 옛 이야기가 돼 가고 있음에 씁쓸함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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