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신문] 조선의 태종 이방원이 수많은 전투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피를 나눈 동지요 개국공신인 민무구, 민무질, 민무휼, 민무회 형제들을 죽이는 일이 있었다. 당시 세자 양녕의 외숙이기도한 이들 민씨 형제들이 겉으로는 나라를 위하는 듯하나 사실 알고 보면 장차 임금이 될 세자 양녕을 등에 업고 권세를 탐하고 세도를 부릴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만약 민씨 형제들이 훗날 세자 양녕이 조선의 임금이 된 후, 임금의 외척으로서 세도가가 된다면 건국초기의 조선으로서는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보면 국가와 임금에게 충성하는 듯하나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 민씨 형제를 태종 이방원으로서는 제거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비록 이들 민씨 형제들이 세자 양녕의 외숙이며 또한 이방원 자신의 처남들이었지만 태종 이방원의 눈에 이들 민씨 형제들은 양봉음위(陽奉陰違·겉으로는 복종하는 척하나 속으로는 딴마음을 품는다)의 무리들이었던 것이다.
양봉음위의 사람들에게는 큰 특징이 있다. 그것은 권력에 대한 사칭이다.
어떤 일이나 사건을 처리하는데 있어 법적권한과 책임이 없다. 그래서 그 일을 처리할 자격이 없다. 그런데 마치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 것처럼, 자격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며 말하고 다닌다면 ‘권력에 대한 사칭’이 아닐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이 양봉음위 속에서 ‘권력사칭’이 가능하게 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실제 권한을 갖고 있는 법적 결정권자가 ‘권력사칭’을 용인하는 것이다.
법적결정권자가 무자격한 권력사칭을 용인하고 그 무자격권력사칭이 작동하는 것을 수수방관(袖手傍觀)하면 오히려 법적권한을 갖는 정당한 유자격자들이 부끄럽게 되고 설 자리가 없어진다. 조직에 활력이 떨어지고 사람들은 뒷짐만 지고 움직이지 않는다.
양봉음위의 ‘권력사칭’이 가능하게 되는 두 번째 요소는 ‘부화뇌동(附和雷同)’이다.
일찍이 공자가《논어》, 〈자로편(子路篇)〉에서 말하기를 “군자는 화합하지만 부화뇌동하지 않고, 소인은 부화뇌동하지만 화합하지 않는다(子曰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고 했다.
소인은 사적이익을 따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맞는 사람들끼리 뭉쳐서 시끄럽기만 하고, 나중에는 세력을 이루어 공정(公正)하고 공의(公義)를 따르는 사람들과 화합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조직의 주도권이 그 조직의 법적결정권자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단지 ‘웃기는 착각’일뿐이다. 이미 그 조직의 주도권은 이들 ‘뭉친 소인들‘이 행사하는 상황이 된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이 ‘양봉음위 권력사칭’타파의 상징으로 ‘하나회’를 해산시킨 전례가 있다. 한국은 이때서야 비로써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김영삼 대통령, 그가 한국의 민주주의 흐름을 바꾼 것이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12월 9일 오후 4시 10분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헌법적으로 실각하여 죄인으로서 대한민국 법정에 서게 된다. 박 대통령이 법정에 서게 된 이유는 그의 탄핵이나 혹은 앞서서 발생했던 ‘세월호 사건’ 때문이 아니다. 그의 죄명은 ‘최순실’이라는 ‘국정농단’이었다.
지금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이라는 무자격권력사칭을 용인하고 많은 사람들이 최순실에 부화뇌동하여 끝내는 국가시스템이 정상작동 할 수 없도록 방치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내년 6월이면 제8회 지방선거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벌써부터 천안시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누구는 시장과 가까운 사람이다.’ 혹은 ‘누가 힘 있는 사람인 것 같다’라고 하면서 일부 공직자들과 일부 일반인들이 어울려 몰려다닌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예산이나 교육과 관련하여 뭉치고 시끄럽다.
2022년도 전국 동시지방선거와 2조8000억 천안시 예산을 바라보는 지금에, 바야흐로 시작된 양봉음위의 잡음을 천안시와 박상돈 시장이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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