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광장]지자체 선출직들 당 색 버리기 요원한가?

기사입력 2022.10.04 07:33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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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홍순 논설위원.

     

    [천안신문]며칠 전 국민의힘 소속인 박상돈 시장이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국회를 찾았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현안사항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다. 국민의힘 빨간색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의 파란색을 강조한 것이다.

     

    기초지자체 선출직인 시장과 시의원들은 소속 당적이 있다. 당에 의해서 추천을 받아 당선된다. 그러기에 당선되기 전이나 당선된 이후라도 당을 외면할 수 없다.

     

    십수 년 전 시티투어버스를 새로이 구입하여 도색안을 결재하는데 시장이 자꾸 다시 검토하라며 퇴짜를 논다고 관련 과장이 필자에게 자문을 구했다, 자세히 보니 순환버스 바탕색이 시장 소속과 다른 당 색으로 되어있어 그것을 시장이 속한 당 색으로 바꿔보라고 했더니 금방 결재 났다고 좋아했던 경험이 있다.

     

    지자체 선출직들은 주민이 왕이라 하며 주민을 모셔야 할 대상이라고 하지만 제일 먼저 당에 충성하여야 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지자체장이나 기초의원들은 가장 먼저 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아야 선거운동 시작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출마자들은 당원과 당을 좋아하는 이들의 선호도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게 되어있다.

     

    간혹 무소속이나 중앙당의 여파에 관련 없이 출마자 개인의 능력이 출중하고 유권자들의 판단능력이 우수할 때 이변이 일어나기도 한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에 예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지만 사실상 공염불에 불과하다. 지자체장은 ‘장’대로 지방의원은 ‘지방의원’대로 당론이라는 미명하에 쭉 따라가게 마련이다. 다음번 출마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초 지자체장이 주요 사업을 추진하려고 할 때 이러한 폐단이 자주 나온다. 지방의원들 소속당별로 모임을 갖고 큰 사안일 경우 비공식적으로 국회의원까지 모여 소속 지방의원들을 규합 이탈을 방지하고 당론으로 의견통일 후 때론 삭발 등 강한 어필도 불사한다는게 지역민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회자한다.

     

    그런 것을 바라보는 주민들은 허탈해한다. 지방자치가 중앙당 대리 싸움장으로 전락한다며 꼴불견이라고 손가락질한다.

     

    이래서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의 정당 공천제 폐지 또는 무용론이 나오는 것이다. 물고기가 떼로 쭉 따라다니듯이 움직이는 영혼없는 행태를 이제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주요 안건에 대한 지방의회 표결에 있어서 대부분 당별로 확연히 갈린다. 반대 시의원을 개인별로 만나 설명과 함께 협조를 부탁하면 본인은 이해하는데 당론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한다.

     

    필자가 현직시 당론을 따르지 않고 소신 있게 의정활동을 했던 모 시의원도 있었다. 그러나 당론을 따르지 않아서 그런지 공천 때 ‘가’번을 받지 못하고 ‘나’ 번을 받아서 낙선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소신을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정치생명을 걸어야 하는 속내가 참으로 쓰릴 것이다.

     

    지방 자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한지도 20여 년이 지났다. 그만큼 연륜도 쌓였으므로 바꿔야 할 것은 바꿔나가야 한다.

     

    이제는 ‘유유상종, 패거리, 끼리끼리’ 등 중앙정치를 따라가는 정쟁의 장으로 전락하지 말고 지방자치의 본질에 따라 선출해준 주민과 지역을 위해 개개인의 당 색을 버리고 일해주길 바란다.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이 무슨 당 색이 필요한가? 이 물음에 대해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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