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신문] 매년 연초가 되면 시장·군수·구청장은 관내 주민들과 대화를 하러 읍면동에 나간다.
이때 건의사항도 듣고 시정홍보도 하며 주요사업장과 복지시설, 기업체 등도 방문하여 격려도 하고 소통도 한다.
예전에는 관내 직능단체장과 주요인사 등 통상 50여 명에서 많게는 100여 명 정도 초청하여 한 시간 가량 대화한다. 대체로 매년 의례적인 단골 초청인사가 정해져 있다.
이때 기초지자체장이 공식적으로 읍면동에 나가는 것이므로 이 기회를 활용하여 그동안 행정성과나 계획에 대해 홍보하고 숙원사업 해결 등 선물도 준다.
천안의 경우 이번에는 30여 명 정도 읍면동별 단체장 위주로 초청하여 간소하게 생산적인 대화를 한 후 현장방문도 겸한다고 한다.
대화에 앞서 읍면동에서는 마을별 주민 건의사항에 대해 취합을 한 다음 우선순위를 정하고 건의할 사람을 건건별로 지정하며 한 부를 본청 담당 부서에 보낸다.
본청 주관 부서에서는 읍면동 건의사항을 분류하여 각 부서에 보낸 후 답변자료를 받아 지자체장에게 보고한다.
지자체장은 순방자료를 숙지한 후 그것을 바탕으로 주민과 대화한다. 물론 지역 민원에 정통한 지자체장은 자료 없이도 즉석에서 명쾌한 답변을 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상 쉽지 않기에 통상 미리 작성한 자료를 가지고 대화에 임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항으로 읍면동장이 현명한 사람이라면 빠른 시일 내 해결될 수 있는 알짜배기 건의사항을 준비하여 임기 내 해결을 본다.
좀 떨어지는 읍면동장은 건의할 주제와 사람을 통제하지 못하여 중구난방 건의를 하게 되고 하급부서장이 하는 단순한 일이나 시장이 해결하지 못할 법규를 초월하는 것도 건의하여 시간만 낭비함은 물론 진짜로 건의할 내용을 빠트리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순방이 끝나면 주민과대화 건의사항 카드를 만들어 진행상황 체크를 정기적으로 하는 등 건의가 사장되지 않도록 독려한다.
그리고 매년 상반기 하반기에 일 년에 두 번 정도 전 간부가 모이는 간부회의 때 추진상황에 대해 전반적인 보고회를 갖는다. 그럼에도 기관장의 관심 소홀이나 소관 간부들이 내 업무 아니라며 서로 떼밀어 추진이 잘 안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처리상황이나 추진 진도에 대해 건의한 사람에게 자주 알려주어야 하는데 이 또한 잘 안되기에 건의한 이들의 불만을 유발시킨다.
읍면동 주민과의 대화를 일회성 행사로 여기지 말고 한건 한건 건의사항이 모두 마무리될 때까지 세심하게 다뤄 지역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조선시대는 어떠했나를 살펴보니 관아 전문가인 ‘안길정’씨가 쓴 “관아 이야기”에서 수령의 관내 행차에 대한 것이 있다.
수령에겐 수령이 해야 할 7가지 일 “칠사”와 법전의 규정에 따라 고을 유생들에게 면학을 권장하러 향교에 가는 가벼운 행차도 있었지만 납세 독촉과 같은 골치 아픈 일도 있었다.
수령의 행차에는 만만찮은 인원이 동원되기 때문에 민폐가 컸다. 조랑말에 아이를 견마잡이로 하여 나서는 검약한 행차는 드물었다. 일부 지방관들은 자신의 아내나 아들에게 법에서 금한 쌍교나 말이 끄는 가마를 타게 하여 물의를 빚기도 했다.
길가에서 수령을 만난 주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경의를 표해야 했다. 무엄하게도 앞을 가로지르거나 본체만체 지나가면 행차를 방해한 범마의 죄로 주먹세례나 회초리질 같은 곤욕을 치러야 했다.
예나 지금이나 읍면동 하부기관 직원들이나 주민은 물론 방문하는곳에 민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 권위적인 순방이 아닌 주민과 생산적인 대화이므로 건의에 대해 목민지심 마음으로 해결책을 잘 찾아주길 진정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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