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신문] 이른바 교육자유특구를 둘러싼 아산시민사회단체협의회(아래 시민단체협)와 박경귀 아산시장의 공방은 촌극으로 향하는 양상이다.
먼저 시민단체협은 22일 오후 아산시청 앞에서 교육자유특구 추진과 ‘충남 행복교육지구 제2기 아산시-충청남도교육청-아산교육지원청의 업무협약’ 파기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앞서 시민단체협은 지난 16일 박 시장이 일방적인 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에 맞서 박경귀 시장은 바로 다음 날인 17일 입장문을 내고 시민단체협 기자회견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때 박 시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효용이 다한 진학 위주의 교육정책을 대체하는 교육정책”이라며 교육자유특구 추진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가 교육부와 세종교육청에 문의한 결과 교육자유특구는 ‘정책연구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박 시장의 사뭇 ‘결연한’ 의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교육부가 올해 1월 교육자유특구 시범 운영 방침을 밝히면서 이 정책을 두고 찬반이 팽팽했다.
교육자유특구가 특혜 지원과 배제를 갈라놓는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된 논리였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공교육 내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은 교육활동을 유연하게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고 맞섰다.
이 지점에서 분명한 건 한 가지 정책을 두고 찬반이 맞서는 상황이라면, ‘신중모드’가 가장 타당한 선택지일 것이란 점이다. 결정권을 가진 정책결정자들의 경우라면 더 그렇다.
교육부가 시범 운영 방침을 밝혔다가 ‘정책연구 단계’라고 수위를 낮춘 것도 찬반이 대립하는 데 따른 자연스런 귀결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박 시장의 정책 추진은 섣부르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시’가 만능은 아니다
저간의 사정을 되짚어 보면 더욱 심각하다. 교육자유특구 지정은 박 시장의 지시에서 나왔다. 하지만 아산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고교평준화를 도입하기 위해 힘을 기울여 왔고, 2022년 1월 마침내 시행에 들어갔다.
이런 와중에 박 시장이 교육 양극화를 부른다는 논란이 이는 교육자유특구에 도전하겠다고 하니, 다소 어리둥절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 점을 감안해 보면 박 시장이 시민단체와 제대로 소통했는지 마저 의문이다. 실제 시민단체협은 박 시장 측에서 아무런 접촉이 없었다고 알려왔다.
이 대목에서 “일부 편향된 시민단체가 아산시와 교육청을 대상으로 악의적으로 정쟁화 한다”는 박 시장의 반응은 더욱 놀랍다.
백보양보해 박 시장의 입장이 타당하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편향된 시선을 가진 시민은 아산시민이 아닌가?
실제 시민단체협은 ‘편향’ 운운하는 박 시장 입장에 경악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장명진 시민단체협 공동대표는 기자에게 “자신에게 우호적인 시민만 시민으로 인정하겠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적어도 시장이라면 모든 시민을 끌어안을 수 있는 아량을 갖춰야 한다.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에 반대의견을 냈다고 곧장 편향성을 문제 삼는 건 자치단체장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행태다.
무엇보다 이번 교육자유특구를 둘러싼 공방이 심각한 건, 이 정책이 아산시 학생들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학생들의 미래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을 그저 시장 지시로 추진하려 한다는 건 지나치게 구시대적이고 위험천만하다.
세종교육청 측은 기자에게 “새로운 도전이 교육정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기에 시민의견 수렴을 거치려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이 반드시 참고하고 따라야 할 조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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