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신문] 박경귀 아산시장의 최근 행보가 불안하기 이를 데 없다.
수 차례 보도했지만, 지금 한창 박 시장이 공문 한 장으로 ‘제2기 충남행복교육지구 업무협약’(업무협약)을 해지하고 교육경비 예산을 일방 삭감한데 대해 시민사회는 물론 아산시의회, 충남교육청 등 교육 당국까지 술렁이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27일 오전 열렸던 2월 중·확대 간부회의에서 “10여 년 동안 아산시에서 지원한 교육지원예산을 자세히 살펴본 결과 무조건적이고 관행적으로 지원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강변했다.
또 “충남교육청은 국비의 일정부분이 교육세로 들어오는 재원을 매년 1조 원 이상 축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수출 급감 등 열악한 재정 여건 속에서도 시는 매년 교육지원청에 예산을 지원했다”며 화살을 충남교육청에 돌리기도 했다.
“우리 예산은 우리 스스로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정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도 교육지원청은 시가 지원한 사업에 대해서 성과 보고가 없었다”는 말도 했다.
표면적으로는 타당한 주장이다. 그러나 수차례 되풀이했지만, 박 시장이 깎은 예산은 이미 지난해 집행부가 보고하고 아산시의회가 심의 의결해 시에 배정한 예산이다.
무조건적이고 관행적으로 예산이 지원됐다는 점을 왜 예산 수립 과정에선 발견하지 못했을까? 또 “교육지원청이 시가 지원한 사업에 성과 보고가 없었다”고 했지만 교육지원청 말은 다르다.
익명의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지원청은 보조금 지원을 받으면 사업을 종료한 뒤 2개월 이내 성과자료와 증빙서류를 제출하도록 돼 있고, 실제 아산시에 관련 공문을 매년 제출해 왔다. 환류평가가 돼 있지 않다는 건 시점을 현재에 한정한 것”이라고 밝혔고, 기자는 이미 이 발언을 보도했었다.
또한 박 시장은 김태흠 충남지사와 교감도 강조했다. “지난주 지방정부 회의를 통해서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과의 불합리한 교육지원 문제에 대해서 도지사와 시장 군수들에게 상세히 알려 드렸다. 이에 김태흠 지사는 이미 도에서도 급식비를 비롯해 도 교육청과 관계를 정립했다”는 게 박 시장의 말이다.
아산 시정의 중심은 시민이다. 여기에 김태흠 지사가 왜 등장하는지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 박 시장은 김태흠 지사와 코드를 맞추기로 공식선언한 것인가?
박경귀 시장, 예산 심의할 때 뭐했나?
진짜 문제되는 대목은 이제부터다. “일단 성립된 예산이라 할지라도 집행부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예산집행을 중단하거나 삭감할 수 있다”는 대목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시의회가 예산안을 수립하기까지 거의 한 달 가까운 시간이 들어간다. 2023년 예산안 수립을 위해 아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해 11월과 12월 사이에 3차례 특별위원회를 열어 최종안을 확정했다.
예산안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 시기에 문제제기를 했어야 한다. 문제를 발견했다고 집행부가 얼마든지 집행을 중단하거나 삭감할 수 있다는 발상은 대의기구인 시의회의 존재를 무시한 것이다.
더구나 박 시장은 민선 8기 임기를 시작하면서 첫 사업으로 아트밸리 순환버스를 운행했지만, 4천 3백 여 만원의 적자만 남긴 채 폐지됐다. 역점을 들여 추진 중인 아트밸리 사업에 대해서도 불협화음이 들리는 중이다.
시민 혈세를 낭비한 시장이 오로지 ‘문제 있다’는 판단만으로 얼마든지 예산을 삭감할 수 있다고 드러내놓고 말하는 건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박 시장이 꼭 알아야할 게 있다. 업무협약 폐지와 교육경비 삭감을 둘러싼 논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아산시교육지원청과 아산시 소관부서 공무원들은 한결 같이 말을 아꼈다.
교육지원청 측은 시와 각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마음이 강했고, 시 소관 부서는 혹시라도 시정에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역력했다.
.또 아산은 아니지만 충남에서 오랜 기간 교육계에 몸 담았던 인사 역시 “앞으로의 시정에 부담만 준다”며 박 시장에 걱정 어린 염려를 전해줬다.
박 시장이 부디 이런 염려와 격려를 흘려 듣지 않기 바란다.
또 하나, 박 시장은 신년사에서 “소통이 중요하다고 ‘누구나’ 말했지만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에 대한 ‘경험’도, ‘논의’도 없었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했다.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경험도, 논의도 없는 ‘당사자’가 박 시장 본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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