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광장]충남도지사 방문시 시민에게 약속한 사항 꼭 지켜라

기사입력 2023.06.05 06:28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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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홍순 논설위원.

    [천안신문] 지난주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천안시청을 방문하여 시민과 대화를 했다. 군사정권시대에는 도시사 시군방문을 순방이라 하였으나 문민시대로 넘어오면서 권위적인 ‘순방’이란 말을 ‘대화’로 바꾸었다.

     

    기초지자체에서는 이때 광역단체장의 지원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수립한다. 국·도비지원은 물론 굵직한 지역현안 국·도 시책사업 등에 시·도지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한다.

     

    시·도지사 방문때 지자체 주민들이 많이 모인곳에서 건의사항에 대한 답변은 공신력을 담보하기에 거짓 약속을 하면 안된다. 그래서 똘똘한 기초지자체장은 주요 건의사안에 대한 목록을 만들어 언변이 좋은 사람을 미리 지정 연습도 시킨다.

     

    그렇게 안하면 중구난방으로 시내버스 노선 등 시군에서 할 사항을 건의하다 보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여 시·도지사 방문의 큰 선물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시·도지사 또한 실행력을 담보하는 답변보다 통크게 보이려고 제스처만 크게 수백억 천억단위를 그자리에서 약속하는 이도 있다. 물론 지나고 나면 전혀 시행되지 않아 뻥쟁이라는 욕도 먹는다.

     

    기초지자체장과 시·도지사가 같은 정당일 경우 건의사안 관련 사전에 간부들이 만나 조율후 답변할 메모를 만들어 양쪽 기관장에 주지만 정당이 다르면 서로 협의가 잘 안되고 주민과 대화시에 불만표출 항의성 질문 건의가 나와 대화현장이 싸늘해 지기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지금의 도지사에 해당하는 감사(監司)가 각 고을을 순회하는 것을 순력(巡歷)이라 했다. 요즘 시․도지사의 시․군․구 방문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사치스러웠다 한다. 목민심서 빈객(賓客) 항목에서는 감사 순력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그리고 있다.

     

    "감사가 순력할 때는 큰 기(旗)를 세우고 큰 햇볕가리개 일산(日傘)을 펼치며 큰 북을 치고 큰 나팔을 불며 쌍마교를 타고 고관이 쓰던 관인 옥로모(玉鷺帽)를 쓰고 간다. 거기에 따르는 자도 부(府․재화의 보관 관리를 맡은 吏屬)가 2명, 사(史․문서 기록을 맡은 이속)가 2명, 서(胥)가 6명, 도(徒․하급 무관)가 수십명, 기타 하인배들이 수십~수백 명이다. 또 여러 군․현에서 영접나오는 이속과 도(徒)가 수십~수백 명이요, 사람 태우는 말이 100필이요, 짐 싣는 말이 100필이다. 곱게 치장한 여자(官妓)들이 수십 명이요, 차꼬나 몽둥이 등 형구(刑具)를 싣고 사람들을 겁주는 자가 4명이요, 횃불을 들 사람들이 수백명이요, 채찍을 들고 행차 도중 백성들의 원정(原情)을 막는 자가 8명이다."

     

    이렇듯 백성의 원성을 사는 일이 순방이었으나 필자 초임시 군사정권시대에도 그 여파가 남아 도지사가 순방온다고 하면 도로 물청소까지 하고 현장방문지 비포장도로는 모래까지 뿌리고 백여명 이상이 들어가는 식당까지 준비하며 도지사 칭송하는 이들까지 대기시켜놓는 등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방자치시대가 개막되자 도지사도 도민들 표로 당락이 좌우되므로 권위적인 모습은 발을 붙이지 못하는 반면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주민들을 현옥시키게 된다. 수행원도 예산이나 사업관련 실국장들 몇 명만을 데리고 와서 도지사가 답변을 못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대신 답변토록 한다.

     

    그러나 아주 못된 행태로 도민과 대화시에 그럴듯한 말로 들어주는 것처럼 분위기를 잡았다가 나중에 이것저것 핑계를 대고 약속을 저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도지사가 상관은 아니지만 막강한 영향력이 있기에 시장군수들은 대놓고 도지사를 비판하지 못하고 애꿋게 부단체장이나 간부들만 광역단체와 유대를 강화하라고 닥달한다.

     

    이번에도 축구단 지원과 관련해서 이견이 있나보다. 도지사는 천안 아산만 지원할 수 없으나 천안아산 축구단을 통합하여 충남축구단으로 하면 지원하겠다고 하여 축구동호인들로부터 반발을 산다.

     

    충남도 산하에 15개 시군을 거느리고 있는 도지사의 입장에서 맏형격인 천안과 아산만을 유달리 예뻐할 수 없는 것을 모르는바는 아니나 무우자르듯 딱 자르지 말고 기초지자체의 입장도 고려하는 슬기로운 솔로몬의 지혜를 찾았주면 좋겠다.

     

    김태흠 충남도지사께서는 모쪼록 화기애애하게 마친 천안시민과 대화시에 나왔던 건의사항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알찬 결실을 도출해주길 바란다. 힘쎈충남 도지사의 모습을 부디 각인시켜 천안시민들에게 무한한 믿음을 주길 더불어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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