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광장] 주민은 공직자의 언행일치를 원한다

기사입력 2023.07.24 00:49 댓글수 0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s url
    언물이어행(言勿異於行) 행물이어언(行勿異於言)
    3718312630_dP65rgzj_EC9E84ED998DEC889CEB85BCEC84A4EC9C84EC9B90.jpg
    ▲ 임홍순 논설위원.

    [천안신문] 장마 태풍 폭우의 계절이다. 모 광역시장의 지난 폭우 시 골프와 모 도지사나 시장의 지하차도 참사 수해 사고 현장 지휘 미흡 등에 대해 말들이 많다.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 등이 수행하는 지방행정의 범위는 지방행정의 수비범위(守備範圍) 이론에서 보듯이 법령에 규정된 것 뿐만 아니라 주민을 위해서라면 무한정의 의무를 져야 하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관여해야 한다고 했다.

     

    기상청 예보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실시간 상황 통보에 따라 위험이 예상되면 지자체장은 언제든지 현장출동태세를 갖추고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간혹 목민관의 책무를 잊고 골프를 치거나 음주를 하거나 타지역으로 원거리 출타를 해서 제때 도착하지 못해 사고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물론 관할지역 내에는 부단체장이나 간부들이 있지만, 자치단체장 부재 시 책임성과 집중도가 떨어져 일사불란한 지휘 통제가 안 된다. 

     

    부단체장은 일 년 정도 임기로 광역지자체에서 내려오고 간부들은 문서상 정해진 자기 업무 외에는 소극적 대처로 서로 떼밀기가 만연한다. 따라서 중대 사고가 예상될 때 지자체장이 현장을 지켜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인 것이다.

     

    목민심서의 애민(愛民) 편 구재(救災)를 보면 “재해와 액운이 있으면 마치 내가 불에 타고 물에 빠진 듯 서둘러야 할 것이요 늦춰서는 절대 안 된다. 환란이 있을 것을 생각하고 예방하는 것은 또한 재앙을 당한 뒤에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나은 것이다. 재해가 사라지고 나면 편안하게 살게 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처럼 이백여 년 전에도 목민관들이 해야 할 재난에 대한 사전 예방대책과 사후처리에 대해서 중요한 언급이 있었다. 그럼에도 요즘의 목민관이라 할 수 있는 지자체장들과 공직자들은 지역의 주인인 주민을 지키는 일에 왜 그리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여 피해를 키우고 있을까?

     

    첫째, 무사안일주의 만연이다. 설마 우리 지역에 무슨 일이 생기랴 하는 자만심 가득이다. 실제로 지난 장마폭우시 천안 모 지역저수지 수위가 만조되어 수문위로 넘고 있음에도 수문을 열지 않았다. 

     

    농어촌공사 본부에 민원을 두 번이나 넣었으나 신속하게 대처를 안하여 주민들이 불안해하자 민원내용을 보고 지역 기자가 천안지사로 연락해주어 간신히 수문을 열었다. 물이 수문을 넘고 제방위쪽으로 차오름에도 위험 인지를 못 하고 조치를 태만하게 하는 농어촌공사나 관할 주민센터 또 시 재난부서 또한 모두가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저수지 아래 주민 수천명이 불안해 했다.

     

    둘째, 휴일 상황관리 미흡이다. 금요일부터 폭우가 쏟아져 금요일에 수문개방 민원을 넣었으나 다음주까지 처리기한이란 답변만 메시지로 왔다. 밤새 400mm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다음주까지 수문을 연다는 게 말이 안 된다. 토요일 일요일 휴일이라도 주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는 전화나 SNS 활용 비상조치를 확행해 주어야 한다. 휴일이라고 재난까지 쉬는 것은 아니다.

     

    셋째, 위험지구 통제직원 파견 미흡이다. 위험이 예고되면 가장 먼저 시설물 관리 직원들을 보내 통제 등 안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청주 지하차도 사례를 보더라도 입출구에서 통제했더라면 이런 인재 사고를 미리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넷째, 평소 시설관리 미흡이다. 배수펌프나 배수로 배수관 등 평상시 정비를 철저히 하여 유사시에 즉각 가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작 필요할 때 무용지물이 되면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이럴 때 직무유기 처벌을 면치 못한다.

     

    다섯째, 유관기관과의 유대 미흡이다. 지역안전대책본부를 총괄하는 지자체에서 농어촌공사, 소방서, 경찰 등 유관기관과 유기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상황관리 및 대처를 신속하게 해야 한다. 지자체에 전화하면 우리소관이 아니라고 딱 자르지 말고 유관기관으로 전달(통보)해 주는 것까지 해야 한다.

     

    여섯째, 매뉴얼 보완이다. 산사태 지하차도 등 위험지구에 대한 조치 매누얼 보완이 안되어 전혀 사전대비를 못했다. 각 부처·지자체별 전반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공직자들은 늘 국가위해 국민위해 또 지역위해 주민위해 일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러나 실제에서는 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가 상당하다. 즉, 언행불일치 리더와 공직자가 많다. 

     

    조선 선조 때 이수광의 지봉집에서 언물이어행(言勿異於行) 행물이어언(行勿異於言) “말은 행동과 다르지 말고, 행동은 말과 다르지 말아야 한다”라고 했다. 입으로만 그럴듯하게 떠들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양심어린 그런 지도자와 공직자가 많기를 기원한다.


    천안신문 후원.png


    뉴스

    동네방네

    People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