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선출직 공직자 ‘사법리스크’, 시민 피해 막을 안전장치 없나?

기사입력 2023.09.11 16:39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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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심 당선무효형 선고 시 직무수행 제한 필요, 정부·국회 제도 개선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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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로 뽑힌 지자체장·기초의회 의원들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원 문턱을 넘나드는 일이 흔해져 간다. 사진은 대전지법·고법 전경. Ⓒ 사진 = 지유석 기자

     

    [천안신문] 선거로 뽑힌 지자체장·기초의회 의원들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원 문턱을 넘나드는 일이 흔해져 간다. 다른 지역으로 눈 돌릴 필요 없이 천안·아산에서 연일 법정 드라마가 펼쳐진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내일(12일) 오후 대전고법에서 열리는 항소심 심리에 출석하고, 박경귀 아산시장은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시의원도 예외는 아니어서 천안시의회 김행금 시의원(국민의힘, 차 선거구)은 오는 26일 항소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고, 아산시의회 김은복 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쳤다. 

     

    김은복 시의원은 1심과 2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 받아 의원직 유지가 가능하다. 김행금 시의원도 1심에서 90만원을 선고 받은 터여서, 만약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을 유지하면 역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지자체장·시의원은 시민들이 선거로 뽑은 이들이다. 이렇게 선출직 공직자들이 시민이 아닌, 법원 판결에 따라 거취가 결정되는 건 이들에게 표를 준 시민으로선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다. 

     

    더구나 재판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일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거취가 결정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면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래서 박경귀 아산시장은 지난 7월 집중호우가 그치지 않은 와중에도 휴가를 내어 재판을 준비했고, 항소심 선고공판 참석을 위해 아산시의회 제244회 임시회 본회의에 출석할 수 없었다. 

     

    박상돈 천안시장의 경우 피고인 신문이 8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법원에 발이 묶여야 했다. 심지어 저녁 식사 시간조차 빠듯해 법원 로비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준비해온 김밥으로 시장기만 '속이는' 진풍경마저 보였다. 

     

    각종 조례안을 마련하고, 시정을 감시해야 할 시의원도 재판을 위해 법원 문턱을 넘나들다 보면 본연의 업무는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이렇게 지자체장이 법원 출석을 이유로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고, 행여 법원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는다면 이에 대한 위험부담은 일차적으로 공직사회가 떠안아야 한다. 그리고 궁극의 피해는 시민의 몫이다. 

     

    공직선거법 강행 규정 있지만...

     

    비록 공직선거법이 1심 선고는 기소 시점에서 6개월 이내, 2·3심은 앞선 재판 선고일 기준 각각 3개월 이내 하도록 강행규정을 두고 있기는 하다. 이렇게 강행규정을 둔 건, 지자체장·기초의원들의 재판 지연에 따른 시정 공백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 규정은 어디까지나 권고규정일 뿐, 재판이 예기치 않게 길어져도 시민들 입장에선 지켜봐야 할 뿐 사법부를 압박할 방법이 없다. 

     

    또 지자체장·기초의원 성향에 따라선 무죄추정 원칙을 내세우며 3심까지 버티면서 잇속만 챙기고 직을 내팽개치는 일도 없지 않다. 

     

    결국 이런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제도 개선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2심에 이르기까지 당선무효형을 선고를 받은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선 직무수행에 일정 수준 제한을 가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현행 제도로는 선출직 공직자의 윤리의식에 기댈 수밖에 없고, 혹여 사법 리스크로 거취가 불투명한 지자체장을 향해 공적으로 문제를 제기해도 정쟁 거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아산시의회 민주당 소속 안정근 시의원이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박경귀 아산시장 거취를 언급하며 행정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국민의힘 전남수·박효진·김은아 의원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게 좋은 예다. (이들 의원들의 행동을 탓하려는 뜻은 아님을 분명히 밝혀 둔다)

     

    부디 선거에 나서는 이들이 당선 이후라도 사법리스크에 휘청이지 않도록 법을 준수하기 바란다. 법을 잘 모른다면 법조인을 반드시 보좌관으로 둬서, 이들의 법적 조언에 따라야 할 일이다. 

     

    부디 박경귀 아산시장처럼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니 ‘참모들이 다했다’는 식으로 구차하게 변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행여 기소됐을 경우 법 앞에 겸허하기 바란다. 

     

    한편 국회와 정부는 법원 문턱을 넘나드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 받는 선출직 공직자들이 최종 법적 판단 이전 까지 '허튼 짓'(?) 하지 못하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한 명의 시민으로서 이번 천안·아산 두 지자체장의 재판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마음이 힘들었다. 다른 시민들도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시민의 마음 반드시 헤아려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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