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09 10:03
Today : 2024.05.09 (목)
[천안신문] 박경귀 아산시장은 국외 출장에 진심이다.
6.1지방선거 당시 상대 더불어민주당 오세현 후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박 시장은 1·2심 연거푸 당선무효 기준 벌금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1500만원 벌금형을 선고 받았고, 지금은 대법원 판단만 기다리는 상태다.
그런데 이 와중에 박 시장은 베트남 닌빈시로 연수를 떠났다. 백보 양보해서, 공무라고 하자. 누가 뭐래도 박 시장은 공직자다. 공직자로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시민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더구나 아산시를 며칠 비우는 국외출장이라면 더더욱 목적을 세세히 알려야 한다. 하지만 박 시장은 이 같은 책무를 아는지 모르는지 13일 아무런 사전 공지 없이 '훌쩍' 떠났다.
바로 이날 오전 아산에선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충남협회 주관으로 '2023충남지체장애인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이 자리엔 김태흠 충남지사가 참석해 축사를 건넸다.
행사엔 아산시의회 시의원들과 조일교 부시장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박 시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야 비로소 박 시장 출국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박 시장 휴대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해외로밍 안내음성은 박 시장의 출국을 확인시켜줬다.
지금은 국가원수인 대통령도 일부 일정은 비교적 상세히 공개한다. 미국·일본은 면담자 직위·면담 장소 등 높은 수위의 정보까지 가감 없이 공개한다.
이렇게 고위공직자의 일정을 공개하는 건, 행정 투명성과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다. 만약 국가 재난이 닥쳤을 때,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야 할 최고통치자가 그 시각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국민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볼 때, 박 시장의 '몰래 국외출장'은 실로 안하무인격이다. 국가원수도 해외순방 일정을 세세히 알리는 데 인구 37만 규모 중소도시 시장이 말도 없이, 언론에겐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해놓고 국외로 떠났으니 말이다.
더구나 박 시장이 지금 어떤 처지인가? 기자는 박 시장 거취와 관련해서 아직 대법원 확정 판결 전이고, 시정 연속성을 감안해 되도록 언급을 꺼렸다. 하지만 박 시장의 행태를 볼 때 아무래도 공개언급을 하고자 한다.
지금 박 시장이 4년 임기를 '무사히' 보내고 퇴임하리라 여기는 시민들은 거의 없다. 특히 지난 8월 2심 재판부가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끝났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물론 박 시장은 대전고법을 빠져 나오면서 '아직 안 끝났다'며 측근들을 다잡았지만 말이다.
2심 선고 이후 박 시장은 몸을 낮추는 듯 했다. 잦은 비판을 받았던 국외출장도 뜸해졌다. 하지만 읍·면·동 간담회를 다니면서 주민들이나 중소기업체 임직원에 탄원서를 부탁한다는 소문이 솔솔 흘러나왔다.
박 시장으로선 자신의 처지를 방어할 권리가 있기에 이런 행위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다만, 자신의 죄과를 뉘우치고 자중하기보다 시장직 유지에 급급하는 인상을 받아 다소 씁쓸한 뒷맛은 지우기 어렵다.
그런데 박 시장은 여론이 다소 잠잠해졌다고 보았을까? 박 시장은 이번에 베트남 닌빈으로 2박 3일 '몰래 국외출장'을 떠났다. 아산시 홍보담당관실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근거로 따져보면 이번 방문 목적은 명목은 그저 아산시 농업연수프로그램 참여했던 농업인이 운영하는 농장 방문, 그리고 파인애플 농장 등 현지 농업 현황 시찰 정도다.
과연 이런 일정에 거취가 불투명하고 시민들로부터 자주 원성을 샀던 시장이 참석하는 게 필요했는지 정말 의문이다.
하반기 첫 방문지 베트남, 다음 행선지는 독일?
더 놀라운 건, 이번 베트남 방문 이후 독일 방문도 추진한다는 소문이 시청 안팎에 파다하다는 점이다.
이런 소문을 '카더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아산시 자치행정과가 올해 1월 작성한 ‘2023년도 업무계획’ 문건에 따르면 2023년 9월 베트남 닌빈성 농업개발 교육·연수 프로그램 운영 계획이 나온다. 또 연내 독일 카셀시와 새로 우호협력을 맺겠다는 계획도 문건에 적혀 있다.
이번 박 시장 일행의 닌빈성 방문은 문건에 적힌 시점보다 1개월 늦었을 뿐 그대로 실행됐다. 독일 방문 계획이 나오는 것도 유력한 근거가 존재한다. 국외출장에 진심인 박 시장이 무슨 꼼수를 부려 독일 출장을 떠날지 모를 일이다.
박 시장에게 바란다. 국외출장에 진심인 건 본인 취향이니 뭐라 하지는 않겠다. 다만 거취가 확실해지면 그때 해외로 나가서 아산시를 알리는데 힘을 쏟으시라. 시장직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 이렇다 할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국외출장 떠나는 건 아산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정히 떠나고 싶으면 사비로 떠나시라. 의회가 심도 있게 심의해서 의결한 예산안을 마치 본인 쌈짓돈처럼 주무르며 송남중 방과후 아카데미 예산을 마음대로 ‘짜르는’ 시장에게 더 이상 시비로 출장비를 쓰게 할 수 없다.
끝으로 대법원에 바란다. 현재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대법원 사정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 사범은 강행규정이 있고, 이에 따르면 박 시장에 대한 최종선고는 11월 25일까지 이뤄져야 한다. 확정판결이 지연되는 틈을 타 박 시장이 꼼수를 부리지 못하도록 대법원이 사건을 신속히 심리해 현명한 결정을 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