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신문]고금을 막론하고 아랫사람의 쓴소리는 보약이 된다고 했다. 논어에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고 있다. '상대방의 말을 귀 기울여 들으면 그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조선 태종 때 백성의 소리를 들어주는 신문고를 설치했다. 원통하고 억울한 일을 해결하지 못한 백성에게 이를 해소해 주기 위해 대궐에 북을 달아 소원을 알리게 하던 제도이다.
억울한 백성은 누구나 거주하는 곳의 관청에 그 원통함을 고하고, 그 관청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신문고를 두드려 국왕에게 직접 호소하며, 접수된 사안은 사헌부로 하여금 규명하게 한 뒤에 정당한 것은 판결해 원통하고 억울함을 펴게 하고, 사사로운 원한과 무고로 인한 것은 북을 치는 자를 처벌하는 제도였다.
그러나 세종 때 허조의 진언에 따라 수령고발금지법을 시행하였다. 사리에 맞고 안 맞는 것을 불문하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능멸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상하존비(上下尊卑)의 명분을 확립하고자 했다. 수령은 백성의 부모이고 백성은 수령의 자식인데, 자식으로서 부모를 고소할 수 없다는 논리를 적용하여 그 당시 매우 아름다운 법이라고 보았다.
법의 내용은 관찰사·수령을 일반 백성이 고소한 경우 이를 수리하지 않으며, 고소자를 장(杖) 100, 도(徒) 3년에 처하였다. 이 금지법은 세조 때 금지되었다가 성종 때 부활하여 조선말까지 갔고 그 이후 내내 수령의 잘못을 고할 수 없게 되자 전국적으로 탐관오리 수령들이 발호하게 되므로 백성들이 피해를 봄은 명약관화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우리나라 가장 위대한 성군 세종대왕께서도 오늘날에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악법을 만드는 실수가 있었다며 물론 보완책이 있었지만 이 수령고발금지법을 꼬집기도 한다.
요즈음에도 목민관인 지방자치단체장의 독선으로 주민이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 기관장이 되면 人(사람)의 울타리가 쳐지고 언로가 막히며 더구나 쓴소리 듣기를 싫어한다.
바른 소리 하는 주민이나 직원이 있으면 겉으론 ‘잘했어, 이런 소리 자주 해줘’ 하면서 뒤로는 ‘그 녀석 싸가지 없어’ 하며 꽁하게 담아두었다가 멀리하거나 인사 시 좌천이나 승진 누락 등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그런 것을 자주 경험하는 이들은 쓴소리보다는 장(長)이 좋아하는 입에 발린 소리를 하게 된다. 후환이 두렵기에 보통 용기를 가지고는 할 수 없는 게 쓴소리다.
또한 ‘나만큼 아는 사람이 없다. 내가 최고다’라는 이러한 자만의 생각으로 가득 차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인재가 없다는 말을 자주하며 자기만 돋보이게 하려는 경향이 농후하다.
부하 직원들이 박사학위를 취득해도 그 전문성을 행정에 활용하려 하지 않고 배우려 하지 않는 행태에 귀한 인재들이 사장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삼십여 년 전 필자가 주무관이었을 때 당시 이근영 시장에게 ‘쓴소리 5분 듣기’ 시간을 갖자고 건의했다. 각 과장급에서 고용직까지 직급별로 5명씩 40여 명 선정하여 ‘시장과 쓴소리하기’ 시간을 여러 번 갖게 됐다. 처음에는 시장이 어려워 말문을 열지 못하자 시장이 뒤로 돌아앉고 그때부터 시장의 권위주위적 행태와 간부들 일 안 하기, 승진 인사 불공정 등 봇물 터지듯 쓴소리가 쏟아졌다.
이근영 시장은 쓴소리를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아량을 보여주어 그때부터 직원들과 쓴소리하기가 정착하게 되었다. 이 시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시정조직을 전반적으로 혁신할 쓴소리 개선안을 필자에게 만들라 해서 이를 토대로 대폭 바꾸어 나가기도 했다.
필자가 정책팀장인 성무용시장 때에는 바뀌어야 할 공직행태에 대한 개선책을 만들라 해서 시장 부시장·간부·직원 등 직위별 행태와 본청·의회·사업소·읍면동 등 기관별 행태, 행정·조직·민원 내부분야에 대한 행태 등 전반적인 개선안을 제시하여 바꾸기도 했다.
일례로 시장이 바뀌어야 할 행태에 있어 ①작은 부분에 치중하여 백년대계 큰 그림을 놓친다. ②결재 시 앉으란 말 안 한다. ③외부 행사 시 시간을 잘 안 지킨다. ④지지하지 않은 사람들 포용력이 약하다. ⑤시장 의도가 중간 간부에 막혀 직원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부시장이 바꾸어야 할 행태로 ①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본다. ②자기 고향 군수 출마 노력만 한다. ③결재 시 농담 위주로 한다. ④중앙·충남 근무경력을 살려 시에 도움 되어야 하는데 미흡하다.
그 이후 시장들은 ‘전 직급이 참여하는 전반적인 쓴소리 듣기’를 들어보지 못했으며 사안이 생길 때마다 단편적인 지시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쓴소리 속에 답이 있듯이 지방자치단체장은 인의 장막을 거두고 자만과 독선도 버리며 정기적으로 각계각층의 쓴소리를 많이 또 크게 들어 주민들로부터 마음을 얻음은 물론 유능한 참 목민관이라는 칭찬을 많이 듣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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