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정치테러 부른 극단적 대결정치, 이젠 끝내자

기사입력 2024.01.05 12:20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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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표 흉기 피습, 지역사회 충격....‘정치과잉’ 성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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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전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에서 흉기 피습을 당했다. 가해자는 충남 아산에 사는 부동산중개업자 김 모 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 유투브 화면 갈무리

     

    [천안신문] 새해 초부터 정치테러가 벌어졌다. 2일 오전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에서 흉기 피습을 당했다. 이 사건만으로도 충격적인데 범인이 아산 거주 부동산중개업자 김 모 씨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은 지역사회에까지 미쳤다.


    무엇보다 평온하기만 하던 아산시 배방읍 북수리 일대는 큰 충격에 빠졌다. 언론을 통해 김 씨의 범죄행각과 신상정보가 알려지면서 이웃들은 지인들로부터 김 씨가 맞냐는 전화가 쇄도했다며 자신도 놀랐다고 털어 놓았다. 


    사건을 맡은 부산경찰청은 3일 오후 김 씨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며 KBS·MBC·SBS·YTN·JTBC·채널A·TV조선·연합뉴스TV·연합뉴스·뉴스1 등 모든 언론이 현장으로 몰려들었다. 


    앞서 적었듯 김 씨의 사무실과 거주지는 평소엔 평온한, 시골동네다. 이곳에 언론사 취재진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경찰 수사관들이 들이 닥치니 지역사회는 다시 한 번 충격에 빠졌다. 


    이웃들은 그를 말이 없고 반듯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김 씨 부동산사무실 바로 옆에서 자영업을 하는 주민 A 씨는 “오전 7시 30분에 맞춰 출근했고, 주취소란을 일으킨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반듯함(?)은 범행 이후 수사기관에서 보인 행동에서도 드러난다. 경찰이 그를 연행하면서도 김 씨는 고개를 꼿꼿이 쳐들고 있었다. 


    그는 범행동기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찰에 내 변명문 8쪽짜리를 제출했다. 그걸 참고하라”고 답했다. <조선일보>, MBC 등은 그가 변명문에 ‘역사적 사명’이란 표현을 썼다고 전했다. 이 모든 정황은 그가 이번 일을 확고한 신념에 따라 벌였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상대 악마화하는 극한정치, 지역사회까지 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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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을 맡은 부산경찰청은 3일 오후 김 씨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며 KBS·MBC·SBS·YTN·JTBC·채널A·TV조선·연합뉴스TV 등 모든 언론이 현장으로 몰려들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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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을 맡은 부산경찰청은 3일 오후 김 씨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며 KBS·MBC·SBS·YTN·JTBC·채널A·TV조선·연합뉴스TV 등 모든 언론이 현장으로 몰려들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이번 사태는 민주주의의 본질, 그리고 이 나라 정치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현대 대의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정치지도자를 뽑는다. 정치지도자가 잘못된 정치를 한다고 판단하면 표로 심판해야 한다. 유력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안될 말이다. 


    한국 정치현실은 또 어떤가? 흔히 대한민국 정당 정치는 누가 더 바닥을 치지 않느냐의 싸움이라고 한다. 즉, 한쪽 정당의 실책이 상대편 정당의 이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한국 현대정치에서 정치테러는 권력을 쥔 쪽이 부추겼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사태만 보아도 윤석열 정부는 이재명 대표를 향해 혐오 감정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한동훈 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무부장관 시절 '잡범'이라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정치가 이 지경이다 보니 정당은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더 공을 들이고 이 과정에서 생각을 달리하는 이들을 쉽사리 악마화한다. 이웃에게 반듯한 인상을 주던 지역주민이 자신의 정치적 확신에 따라 범행을 계획하고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는 건, 정치양극화가 생각 외로 뿌리 깊다는 점을 드러낸다. 


    여기에 사건 발생 직후 김 씨의 당적을 둘러싼 의혹제기는 이 같은 정치양극화를 드러내는 또 다른 단면일 것이다. 


    그의 정당 가입여부는 범행동기를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일 것이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대로 그가 민주당원이라면 당 내분으로 여론이 쏠리고, 한때 국민의힘 전신이던 미래통합당 당원이었다가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면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유력한 근거로 작용한다.


    경찰은 당적에 대해선 함구하는 중이다. 하지만 “김 씨가 지난 6개월간 6차례에 걸쳐 이 대표를 따라다녔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MBC가 보도한 점을 감안해 보면, 위장가입이라는 데 무게중심이 쏠린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그의 당적논란을 두고 벌어지는 갑론을박이 지나치게 정치적 편향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사건 발생 직후 ‘성창경TV’ 등 일부 극우성향 유투버들은 아산을 지역구 국회의원 실명까지 특정하며 김 씨가 민주당원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에선 강성민주당 지지자 주도로 김 씨의 얼굴, 부동산중개 사무실 위치 등 민감한 신상정보를 공개하며 공공연히 보복을 부추기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실제 아산시민이라고 소개한 A 씨는 가해자를 응징하러 나왔다며 압수수색 현장을 지켜봤다. 


    이를 두고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정치에 대한 소통 방식이 확증편향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끼리끼리만 소통하면서 표출 방식이 더 적대적으로 됐다”며 우려했다. 


    다행히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 민주당 모두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침 4월이면 총선이 치러진다. 더 이상 정치가 상대를 밟고 올라서는 극한 대결이 되어선 안된다. 


    극단적 대결정치가 아닌, 각당 후보자 모두 정책적 역량으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데 집중해야 한다. 상대의 헛발질(?)이 곧장 ‘나’의 정치적 이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하면 더 불행한 사태를 마주할 수도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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