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⓶] ‘공정·형평’ 고수 박경귀 아산시장, 설득력은 ‘글쎄’

기사입력 2024.01.11 15:57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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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시장 “외진 학교 이용 어려워” 주장에 학부모 “사업 특성조차 몰라”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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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시 송악면 소재 송남중학교 Ⓒ 사진 = 지유석 기자

     

    ▶ ⓵부에서 이어집니다. 

     

    [천안신문] 박경귀 아산시장은 송남중 방과후 아카데미 사업을 중단하면서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후 논란이 불거질 때 마다 박 시장은 줄곧 이 사업이 특정 학교·특정 지역에 치우쳤다는 주장을 고수해 왔다.

     

    박 시장은 지난해 12월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민사3단독 재판부에 낸 준비서면에서 이 같은 입장을 재차 반복했다. 

     

    먼저 박 시장·아산시는 "2022년 방과후아카데미 사업 총 사업비는 166,232,000원이다. 그런데 아산시가 2022년 기준 관내 초등학교 46개교·중학교 19개교 등 각 학교 방과후아카데미 운영과 관련해 지원하는 전체 예산액이 500,000,000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불균형하게 큰 액수"라고 밝혔다. 

     

    이어 "송남중 방과후아카데미는 이 학교 재학생 외에는 사실상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타학교 재학생이 굳이 자신이 다니지 않는 학교에 찾아가 방과후아카데미를 이용하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고, 송남중이 지리적으로 비교적 외곽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학부모들과 지역교육계는 “전후맥락을 뒤바꿨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산시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 임기호 회장은 오늘(11일) 오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학교 마다 자체적으로 방과후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그러나 박 시장 말대로 송남중은 외진 곳에 위치한 학교고, 그래서 이 학교에 맞게 사업을 설계했고 운영도 순조로왔다. 시내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 굳이 송악까지 와서 송남중 방과후 아카데미를 다닐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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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귀 아산시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형평원칙을 들먹이며 송남중 방과후 아카데미 사업 중단을 정당화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배정됐다"는 박 시장·아산시 주장에 대해서도 편의주의적 해석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학부모 A 씨는 "다른 사업에 비해 송남중 방과후 아카데미 사업 예산이 많아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해 여성가족부가 시행하는 국책사업이고, 사업비 50%를 지원한다. 그리고 송남중은 여가부가 제시한 요건을 충족해 국비 지원을 받은 것이다. 요건에 맞지 않는다면 여가부가 왜 국비를 지원했겠는가?"라고 반박했다. 

     

    학부모 B 씨도 "부모 재력에 따라 아이들은 사교육을 받거나 청소년문화집이나 청소년교육문화센터가 운영하는 방과후 아카데미 등을 이용한다. 송남중 방과후아카데미는 이마저도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여가부가 나서서 권장하는 사업"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1월 발간한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운영지침'은 이 사업 추진 방향을 "방과 후 돌봄 사각지대 청소년 지원을 위한 다양한 지원과 프로그램 운영"이라고 적시했다. 

     

    아산시의회 천철호 의원(민주, 다)도 지난해 10월 제245회 임시회 시정질의에서 조일교 부시장을 상대로 시정질의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각 학교에서는 방과 후 학습 프로그램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여성가족부에서 하는 거 외에도. 그런데 거기에 학습료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 그런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한테 저희가 국비를 따와서 시비를 매칭해서 그 학생들한테 저희가 혜택을 주고 있는 거예요. 그렇게 훌륭한 정책이기 때문에 여성가족부에서 적극적으로 권장을 합니다."

     

    박 시장·아산시, 사업특성 제대로 이해했나?

     

    박 시장·아산시의 주장을 살펴보면 송남중 방과후아카데미 사업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송남중 방과후아카데미가 학교 시설을 사용하는 '학교형' 사업이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2022년 충청남도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 운영지원사업 국고보조금 정산 보고서'는 송남중 방과후 아카데미에 대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학교 유휴교실을 활용해 방과 후 청소년 활동 공간을 조성했다"다며 우수사례로 평가했다. 

     

    ‘학교형’ 방과후 아카데미 운영이 우수사례로 꼽힌 이유는 학교 측이 유휴 시설을 활용해 사업을 하는 데 느끼는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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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귀 아산시장은 송남중 방과후 아카데미 사업을 중단하고, 대신 송남중·둔포중·영인중·인주중·도고중 등 5개 학교를 대체사업 학교로 정했다. 그러나 이들 5개 학교 교장 전원은 참여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서명까지 했다. Ⓒ 제보자 제공

     

    지난해 3월 박 시장은 송남중 방과후 아카데미 사업을 중단하고, 대신 송남중·둔포중·영인중·인주중·도고중 등 5개 학교를 대체사업 학교로 정했다. 그리고 이 학교에 3천 만원 씩 지원하겠다며 총 1억 5천 만원을 2023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했다. 

     

    그러나 이들 5개 학교 교장 전원은 참여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서명까지 했다. 유휴 시설 사용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지역교육계 인사가 전했다. 그리고 박 시장이 세운 예산안은 아산시의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송남중 학부모회는 박 시장과 아산시를 상대로 직권남용 손배소를 내기로 하면서 그 목적을 "효율과 형평이란 허울 속에 불공정하고 불의한 행정을 펼쳐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지방정부와 단체장에게 시대적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박 시장·아산시는 "관내 여러 개의 학교 중 송남중학교에만 시 예산을 다수 투입하여 지원하는 것은 이러한 공정 및 형평의 원칙에 배치되는 것"이란 입장으로 맞서고 나섰다. 

     

    대립하는 주장에 대한 궁극적인 판단은 재판부의 몫이다. 하지만 박 시장이 고수하는 '공정·형평' 원칙이 재판부에 설득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정부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송남중 방과후 아카데미 사업재개를 권고한 점을 감안해보면 박 시장·아산시로선 소송을 끌고가기 보다 송남중 학부모회와 합의점을 찾는 게 현명한 출구전략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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