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단독] 52번째 맞는 어버이날…당사자인 어르신들이 행사 주관자?

기사입력 2024.04.19 06:23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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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 "행사 주관 단체가 노인회라는 건 좀 아이러니"
    노인회 "행사 주관하는 데 있어서 고심 있는 건 사실"
    시 "의견 수렴 후 발전적 방향으로 행사 마련 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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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어버이날 행사 모습. © 사진=천안시 제공

     

    [천안신문] 올해로 52번째를 맞이하는 ‘어버이날’을 맞아 천안시에서도 관련 행사 준비가 한창인 가운데, 이날의 주인공이 돼야할 어르신들이 행사의 주관단체로 참여하는 것이 모순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일 <천안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천안시는 대한노인회 천안시지회와 함께 매년 어버이날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천안시가 정확히 언제부터 어버이날 기념식을 개최했는지는 확인이 불가 했지만, 시 홈페이지에 게재된 자료는 2006년에 개최된 제34회 어버이날 기념식이 가장 처음이다.

     

    대한노인회의 각 지부 및 지회는 각 지역에서 지자체들과 함께 어버이날 행사를 ‘관례’처럼 진행해 오고 있다. 천안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시는 대한노인회 천안시지회에 보조금을 집행해 매년 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 결과 2023년은 3000만원, 올해의 경우 5000만원의 보조금이 책정돼 있는 상태다.

     

    시 관계자는 “정확히 언제부터 이 행사가 진행됐는지는 알 수 없다. 일단 기본적으로 업무 상 문서로 갖고 있는 내용들은 5년 전 행사다. 코로나 시국에는 개최를 못했기 때문에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늘 관례처럼 진행됐던 행사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이 행사를 지켜보는 관점도 달라지고 있다. 물론 어르신들이 ‘어버이’를 대표하는 세대인 것은 맞지만 젊은 부모 세대가 점점 많아지고 있고, 저출생 시대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노인회와 관 주도로 이러한 행사를 관례처럼 추진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견들이 점차 수면위로 떠오르는 형국이다.

     

    이 행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백석동거주 시민 A씨는 “어르신들이 어버이날을 맞아 감사의 인사를 받고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가 노인회라는 건 좀 아이러니하다. 오히려 시의 보조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다른 관변단체들, 예를 들어 각 지역 주민자치회나 새마을회, 청년회 등 비교적 젊은 주민들이 함께 하는 단체들도 많다. 이들과 함께 한다면 좀 더 의미가 더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일각의 시각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이런 시각과 의견이 있다는 건 솔직히 알지 못했다. 이러한 의견이 있다는 걸 수렴하고, 차후 행사에 있어서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행사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전향적 입장을 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조금심의위원회에서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어버이’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공무원 입장에선 절차에 따라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여러 계층의 의견을 살피지 못한 건 있다. 앞으로 폭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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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노인회 천안시지회. © 사진=최영민 기자

     

    그렇다면 주관을 도맡아 온 대한노인회 천안시지회의 생각은 어떨까. 노인회 측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사실 어버이날 행사를 노인회에서 주관하는 게 모순적이라는 이야기는 그전부터 나왔다"면서 "'노인의 날'이 따로 있다 보니 노인회에서도 이 어버이날 행사를 주관하는 데 있어서 고심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례적으로 하는 행사이다 보니 고착화 된 것 같은데 '부모'라는 개념이 노인뿐 아니라 젊은 부모들도 있는 만큼 시에서도 고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시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언제부터 누군가에 의해 시작된지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관례처럼 해왔다니 참 안타깝다. 생일 맞아 축하 받을 사람이 자신이 생일상 차려 축하해 달라고 하는 격이다. 노인회 측에서도 고민하고 있다하니 전향적으로 속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노인회에는 많은 정부 예산이 투입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는 어르신들도 자꾸 뭘 해달라고 요구만 하지 마시고 미래세대를 위한 고민도 함께 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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