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⓵] 우여곡절 끝 가결 추경안, ‘송남중 아카데미’ 삭감은 시장 자존심?

기사입력 2023.06.21 16:33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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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 지역 쏠린 특혜” 고수 박경귀 아산시장, 안팎 문제제기에도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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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시의회가 지난 19일 오전 열린 제243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2023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가결했다. 본회의 가결에 앞서 예산결산특위는 진통 끝에 추경안을 확정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천안신문] 아산시의회가 지난 19일 오전 열린 제243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2023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가결한 가운데, 송남중학교 방과 후 아카데미 예산은 끝내 추경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 추경안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쟁점은 송남중 방과 후 아카데미 사업 등 교육지원 경비 예산이었다. 

     

    지난 과정을 짚어 보면, 지난 1월 박경귀 아산시장이 “본질적인 교육사업은 국비로 해야 한다”며 송남중 방과 후 아카데미 예산 등 교육지원 경비 예산을 일방 삭감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5월 아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삭감 예산 원안 복구를 요구하며 추경안 심의를 거부했고, 김희영 의장은 5일간 단식 농성에 나섰다. 그리고 진통 끝에 박 시장과 김 의장은 돌파구를 찾았다. 

     

    이번에 아산시의회가 가결한 추경안엔 박 시장이 내놓은 ‘아산형 교육모델’ 예산 일부가 포함돼 있다. 당초 박 시장은 ▲ 청소년 뮤지컬 아카데미 ▲ 예술 꿈나무 아카데미 ▲ 아트밸리 아산 유스밴드 ▲ 미래산업 꿈나무 아카데미 ▲ 아트밸리 아산 청소년 e스포츠단 창단 등 5개 항목, 4억 4천 여 만원을 책정해 시의회에 냈다. 

     

    이에 대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명노봉 의원)는 17일 자정을 넘겨가며 심의를 이어간 끝에 청소년 뮤지컬 아카데미와 예술 꿈나무 아카데미 등 두 개 항목만 삭감해 통과시켰다. 그리고 이들 항목이 반영된 추경안은 최종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결과만 두고 따지면, 박 시장 등 아산시 집행부와 시의회 사이에 절묘한 타협이 이뤄진 셈이다. 

     

    박 시장 스스로 20일 오후 “비록 진통은 있었지만,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교육 지원사업에 대해서 교육청이 맡아야 할 부분과 시에서 지원해야 할 부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재정 분담 역할을 재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송남중 방과 후 아카데미 사업은 철저히 외면 당했다. 문화환경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안정근 의원(마 선거구)과 천철호 의원(다 선거구)이 시비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형평원칙 위반이 위탁협약 해지사유? 

     

    문제는 송남중 방과 후 아카데미 사업 예산 삭감이 분명한 논리 없이 이뤄졌다는 데 있다. 이 사업은 2022년 3월 아산시와 청소년재단이, 그리고 청소년재단과 송남중이 각각 위탁운영협약을 맺고 2026년 12월 31일까지 5년간 실시하기로 한 사업이다. 

     

    하지만 아산시 교육청소년과는 올해 1월 청소년재단에 공문을 보내 업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로 인해 이 사업을 위해 재단이 채용한 운영위원 3명 중 2명이 다른 사업으로 전환배치됐고 1명은 퇴사했다. 

     

    이후 학부모단체가 반발하고, 시의회에서도 문제제기가 이뤄졌지만 박 시장은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특정 지역에 쏠렸다”는 게 박 시장이 내세운 명분이었다. 추경안 심의 과정에서도 아산시 교육청소년과는 이 같은 명분을 그대로 답습했다. 

     

    지난 16일 오전 교육청소년과를 상대로 이뤄진 문화환경위 추경안 심의에서 천철호 의원은 송남 중 방과후 아카데미 사업에 시비가 한 푼도 책정되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이에 대해 교육청소년과 공판석 과장은 “좋은 사업이긴 하지만 한 학교에서만 실시하는 건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는다는 박 시장 말씀이 있어서 삭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무위탁 협약서엔 공정원칙 위반을 해지 사유로 규정한 조항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협약서 14조에 따르면 ⓵ 청소년재단이 협약 사항을 이행하지 않거나 위반한 경우 ⓶ 재단이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시가 인정하는 경우 ⓷ 시에 공익상 위탁을 계속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⓸ 천재지변 등으로 협약을 유지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협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협약 해지시 재단에 의견진술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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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천철호 의원은 16일 오전 열린 교육청소년과 추경안 심의에서 송남중 방과 후 아카데미 사업 예산 확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천철호 의원은 이 협약서를 제시하며 송남중 방과 후 아카데미 사업 일방 해지 여부를 따졌고, 공판석 과장은 이를 시인했다. 문화환경위 교육청소년과 추경안 심의에서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질의응답 내용을 아래 인용한다. 

     

    천철호 의원 : 결국 형평성에 어긋나 해지한 건, 아산시가 계약서를 써놓고 위반한 것이다. 그리고 협약서 상엔 청소년재단에 의견진술 기회를 주도록 했다. 재단 의견진술 받았나?

     

    공판석 과장 : 이 협약은 아산시와 청소년재단이 맺은 위탁협약, 그리고 사업 실시 주체인 청소년재단과 송남중이 맺은 협약 등 크게 두 줄기다. 아산시가 위탁운영 협약을 해지하면서 공정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통보한 곳은 청소년재단이었다. 청소년재단은 송남중에 예산미성립 사실을 통보했다. 

     

    천 의원 : 예산미성립은 시가 예산을 일방 삭감해서 예산미성립이라고 통보한 것이다. 아산시가 파기한 것인가?

     

    공 과장 : 그렇다. 

     

    이 같은 논의에도 박 시장은 송남중 방과 후 아카데미 사업 예산을 끝내 반영하지 않았다. 박 시장은 이 사업 예산을 깎고, 대신 송남중 등 지역 내 5개 중학교에 분산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이번엔 시의회가 이 안을 받지 않았다. 

     

    예산결산특위 심의에 참여한 ㄱ 의원은 “박 시장이 송남중 방과 후 아카데미 예산 삭감을 자신의 자존심이 걸린 일 처럼 여긴 것 같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더 심각한 건, 박 시장이 이 사업 예산을 삭감하면서 자신의 일방적 주장을 유포해 학교 공동체에 왜곡된 인식을 심어줬다는 점이다. 

     

    ▶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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