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신문] 후원금 착복 의혹을 받는 충남지체장애인협회 서산시지회 K 지회장이 후원물품을 제멋대로 직책보조금으로 전용해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놀랍게도 이 같은 사실은 K 지회장이 보내온 소명자료에서 드러났다.
소명자료를 본 관할 지자체인 서산시는 지도·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본보는 K 지회장이 수년에 걸쳐 지회가 받은 후원금을 개인적으로 썼으며, 내부 감사가 이를 적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이후 지난 1일 K 지회장은 기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금전 관련 문제는 충남지체장애인협에 문의했고, 꼭 운영위를 거쳐 일괄승인 후 (직책보조비를) 받았다. 불법이나 임의대로 받은 적은 재임 기간 중 한 번도 없었다. 있다면 당장 감옥에 가겠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K 지회장은 그러면서 소명자료로 2021년 2월 10일 열렸던 1차 운영위 회의 회의록을 보내왔다.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운영위엔 K 지회장, 운영위원 5명, 감사 1명 등 총 7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강 아무개 부지회장은 "2021년도 후원금 100만원과 후원물품으로 쌀 4kg 300포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강 부지회장은 "쌀을 현금으로 환산하면 600만원이고 후원현금 100만원을 합치면 총 700만원이다. 후원금 중 15%는 직책보조비로 지급 가능하므로 현 시점에서 지급 가능한 직책보조비는 105만원이다. 직책보조비로 지정후원을 받은 30만원을 합한 150만원을 직책보조비로 지급하고자 운영비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운영위원 전원은 강 부지회장의 제안에 동의했고, 안건은 통과됐다. 하지만 이 같은 후원금 집행은 편의주의적 규정 해석인 동시에 불법이다.
사용 항목을 지정해 내는 지정후원금의 경우 15%까지는 후원금 모집·관리·운영·사용 결과 보고 등에 필요한 비용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규정은 존재한다. 하지만 후원물품으로 받은 쌀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인 A 씨는 "현행 규정은 지정후원금은 구체적 '항목'까지 지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르면 쌀은 비지정후원금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직책보조비로 전용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후원물품의 직책보조비 전용이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법리 해석에 따라 갈리겠지만, 민사상으론 불법 전용한 돈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 지회장이 보내온 회의록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국 K 지회장을 포함, 서산시지회 집행부 전체가 편의에 따라 후원금(품)을 집행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기자는 공정을 기하기 위해 서산 외 지역 장애인단체 활동가에게 회의록을 보여주고 의견을 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장애인단체 활동가는 "아무래도 서산시지회가 수년간 규정을 입맛에 맞게 해석해 후원금을 사용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더구나 이 회의록을 버젓이 소명자료로 보내온 K 지회장의 행태도 쉽사리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이에 대해 서산시 이문구 복지문화국장은 오늘(16일) 오전 기자와 만나 "시 차원에서 지도 감독을 강화하겠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천안신문> 보도 이후 시 차원에서 상당 수준 행정 지도를 가했다. 하지만 후원금에 대한 행정 개입에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K 지회장 스스로도 자구책을 마련 중이란 입장을 밝혔으니, 적극 시정 권고하겠다는 게 서산시 입장"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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