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신문]고속도로를 무단횡단하던 사람이 달리는 차(車)에 치어 사망했다. 사망자의 가족이 운전자를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물었지만, 대법원은 운전자에게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A는 지난해 5월 승용차를 몰고 호남고속도로 하행선을 지나다 무단횡단하던 B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는 무죄, 2심에서는 벌금 3백만원을 선고받고 상고했었다. 주지하다시피 고속도로는 보행(步行)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도로이다.
공동생활을 영위하려면 질서가 있어야 하는데, 이 때 법과 상식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러니 고속도로를 제외한 모든 도로에서는 사람이든 자동차든 적색(赤色)불에 서고, 청색(靑色)불에 가면 된다. 이 단순한 수칙을 어기다가 사고를 당했으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응분의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지, 주위 사람에게 적반하장(賊反荷杖)으로 나오면 안된다. 세상을 살아가는데는 '신뢰의 원칙'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요즘 학교 앞의 도로에서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교통지도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통학하는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에서 이른바 '지킴이'들을 대거 고용하여 배치한 때문이다.
그런데 관찰해보면, '지킴이'들이 깃발을 들고 교통지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은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적색불에 우루루 도로를 횡단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지나가는 자동차에 치어 학생들이 다치기라도 하면, 누구의 책임이 되는가. 이는 신호를 지키지 않은 학생들의 책임이 아닌가.
무단횡단은 남녀노소(男女老少)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지만, 그중에서도 무단횡단을 가장 많이 저지르는 부류는 나이든 사람들이라고 한다. 횡단 신호가 바뀌었음에도 유유자적(悠悠自適)하게 길을 건너거나, 심지어 한꺼번에 여러 명이 무단횡단을 해서 운전자들을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고 한다.
이렇게 무단횡단을 벌이는 이유는 횡단보도까지 걸어가려니 거리가 먼 데다, 이러한 무단횡단이 몸에 배어 횡단보도의 신호 바뀌는 게 기다리기 싫다며 주위를 살피다, 이때다 싶으면 무단횡단을 하는 것이다. 시골 같은 곳은 더 심해서, 차량이 드물게 지나간다는 점 때문인지 무단횡단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다른 나라들은 어떠한가. 일본은 운전자든 사람이든 교통신호를 철저히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싱가포르는 무단횡단을 엄중히 처벌하는 국가로, 무단횡단이 비도덕적이며, 불법적인 행위라고 인식하게 만든다. 유럽 여러나라들은 웬만해서는 무단 횡단 하지 않고 신호를 기다렸다가 건너서 간다. 선진국의 여부는 교통질서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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