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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평을 여는 에세이④] 원숭이는 묻지 않는다 ‘이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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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삶의 지평을 여는 에세이④] 원숭이는 묻지 않는다 ‘이해옥’

김영곤사진.jpg
▲ 김영곤 / 문학평론가, 수필가, 시인.

[천안신문] 인도의 ‘하누만’ 신전 앞에서 굶어 죽은 원숭이를 구경한다. ‘하누만’은 힌두교도가 숭배하는 원숭이다. 어째서 죽음을 택한 것일까. 어디서 어떻게 살다 여기까지 왔는지.

 

타잔과 함께 밀림을 누비던 종족이 나무 한 그루 없는 시멘트 바닥에 앉아서 무슨 재미로 사는지, 구경거리가 되어 주는 대신 편하게 먹고사는 상팔자가 행복한지, 물어 볼까 망설인다.

 

아이는 질문을 버리기 시작하면서 어른이 되더라고요. 일반화된 상식을 암기하기도 바쁘기 때문인가 봐요. 쓸데없는 질문을 했다간 왕따도 되는지 똑똑한 아이는 어른이 정해둔 정답을 빠르게 짚어내야 하나 봐요.

 

사람은 한 번 읽고 나면 궁금한 것이 없어지는 통속소설이 아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절정을 경험하며 새롭게 변화되는 명작의 주인공이다.

 

사람을 질문하면서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용서도 사람의 마음을 질문한 끝에 배우는 자비다. 묻지마 범죄는 아무도 자신에 대해 물어 주지 않는 세상을 향한 분노의 칼인지도 모른다.

 

구경꾼이 되어 살면 그처럼 편한 것도 없다.

 

링컨은 노예의 고통을 구경만 할 수 없어 노예해방 전쟁도 마다하지 않다가 고생 많았다. 사과가 떨어지는 걸 구경만 하지 못한 뉴턴은 중력을 발견하고 만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물어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물어 본 사람의 몫이다. 그들의 질문 속에서 새로운 세상이 창조된다.

 

▣ 감상평

 

하이데거는 말했다. "묻는다는 일은 그 어느 것이건 하나의 탐구이다... 묻는다는 일은 무엇인가를 묻고 추궁한다는 의미이므로 그 물음에 있어서 '물음을 받고 있는 그것'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우린 왜 탐구하는 물음을 묻지 않는가. 툭하면 묻는 말을 싹둑 잘라버리는 '질문을 싫어하는 사람'인 남편 옆에서 이해옥 수필가는 추리한다. 

 

"이혼도 부부가 서로를 묻지 않기 시작하면서 출발한다.", "묻지마 범죄는 아무도 자신에 대해 물어 주지 않는 세상을 향한 분노의 칼인지도 모른다.", "미리 정해둔 정답을 빠르게 짚어내야" 직장에서든 학교에서든 칭찬 받고 인정 받는 현시대의 부조리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하이데거는 그동안이 철학적 물음이 눈앞에 존재하고 있는 '존재자'에게만 타깃을 맞춰왔음을 비판한다. 나아가 존재자를 존재자일 수 있게 해주는 어떤 것. 즉 '존재의 의미'를 물을 수 있는 실존적 '존재'에 대해 탐구하는 물음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옥 수필가는 "사람은 한 번 읽고 나면 궁금한 것이 없어지는 통속소설이 아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절정을 경험하며 새롭게 변화되는' 명작의 주인공"이라고 존재의 의미를 전제한 후 다음과 같은 잠언을 남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물어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물어 본 사람의 몫이다. 그들의 질문 속에서 새로운 세상이 창조된다."

 

자본주의 사회는 질문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답에 맟춰 사는 게 편리하고 안전하고 부추긴다. 밀림에 거주해야 할 원숭이가 인간의 마을에 정착하여 사람이 던져주는 바나나로 일생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는 묻고 싶어한다. "구경거리가 되어 주는 대신 편하게 먹고사는 상팔자가 행복한지".

 

이해옥 수필가는 세상사가 다 구경거리며 바깥의 폭력사태나 전쟁조차도 우리는 구경꾼으로만 머문 채 아무도 "왜"라고 묻지 않는 무의미한 존재성을 안타까워 한다. 

 

그래서 니체의 존재론적 비전을 진지하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구경꾼이 아니라 창조자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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