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일주일 간격 법정 선 ‘두 박 시장’...태도는 ‘극과 극’

기사입력 2023.01.19 06:59 댓글수 0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s url
    시민 앞에 고개 숙인 박상돈 천안시장 vs ‘질문회피’ 박경귀 아산시장
    0118_취재후기.jpg
    일주일 간격으로 충남 수부도시 천안·아산의 수장인 박상돈 천안시장과 박경귀 아산시장의 재판이 열렸다. 그런데 두 박 시장이 재판에 임하는 태도는 극과 극이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천안신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상돈 천안시장의 첫 공판이 18일 오전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열렸다. 

     

    비교적 이른 아침이었지만, 법원 앞엔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마침내 법원에 도착한 박 시장은 법정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 앞에 섰다. 그리곤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법정으로 입장했다. 

     

    이날 법정엔 박 시장 외에 공무원 4명도 함께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박 시장에 대해선 당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공무원 4명에 대해선 공무원 직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기획하고 참여했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이 같은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 측은 특히 “검찰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선관위 신고를 받아 수사한 사건이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렀다”고 맞섰다. 즉 공무원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기획 혐의는 별건 수사라는 게 변호인 측 주장이었다. 

     

    변호인 측은 또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위법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직업이 무엇입니까? 박상돈 "천안시장" 박경귀 "정치인"

     

    이날 심리는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그러나 검찰과 변호인 측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지루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날 재판은 1주일 앞서 열렸던 박경귀 아산시장 재판과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박경귀 아산시장에 대한 첫 공판은 11일 오전 같은 장소에서 열렸는데, 박 시장은 법정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에게 아무런 입장표명도 하지 않았다.

     

    법정에서 박 시장 측 변호인은 검찰의 혐의에 대해 “변호인을 새로 선임했으니, 시간을 달라”란 태도로 일관했고,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게 “이게 변호인간 의견 조율을 위해 시간이 필요한 사건인가?”라고 질타했다. 

     

    심리가 끝난 뒤 박 시장은 취재진을 피해 법원을 빠져 나갔다. “시간 끌기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도,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대해서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조적인 건 박상돈 천안시장이 재판에 임하는 태도였다. 박 시장은 심리전 피고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서 직업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천안시장’이라고 답했다. 이어 박 시장 변호인은 모두발언에서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법정에 선 데 대해 (천안시민께)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선 재판 인정신문에서 직업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정치인’이라고 답하고, 시민들에게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은 박경귀 아산시장과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선출직 공직자, 시민에게 책임 다해야 


    0118_박상돈 시장_06.jpg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상돈 천안시장의 첫 공판이 18일 오전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열린 가운데, 박 시장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충남 수부도시인 천안과 아산 행정을 책임진 두 박 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건, 시민으로서 감당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천안시민은 수년 전 선출직 시장이 대법원 판결로 시장직을 잃는 사태를 겪었다. 유·무죄 여부는 재판부가 판가름 하겠지만, ‘두 박 시장’이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윤리·도덕적 책임은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박상돈 천안시장은 기꺼이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였다. 심리 내용을 볼 때, 충분히 무죄를 주장할 만 하다는 판단이다. 

     

    반면 박경귀 아산시장은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무엇보다 법정에서 이뤄지는 인정신문에서 자신의 직업을 ‘정치인’이라고 답한데 대해선 납득불가다. 

     

    게다가 재판에 임하기 전이나 임했을 때, 아산시민들에게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고 지금도 묵묵부답이다. 더욱 심각한 건 심리 내용을 곱씹어 보면, 유죄라는 심증이 들기에 충분하다는 점이다. 

     

    비록 피고 신분으로 법정에 섰지만 시민의 마음은 기꺼이 정치적 책임을 지려는 선출직 공직자에게 더 쏠리기 마련이다. 이 점에선 박상돈 천안시장에게 격려의 마음을 보내고자 한다.

     

    향후 이어질 심리에서 두 박 시장이 선출직 공직자로서 도덕적 책임을 다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법원 판단에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는 천안·아산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천안신문 후원.png


    뉴스

    동네방네

    People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