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광장]복장도 유연하게 바꿔주는 신세대 기관장 되자

기사입력 2023.07.31 06:50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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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신문]장마도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왔다. 각 직장에서도 휴가철이 시작되어 절정기를 맞고 있다.

     

    각 관공서에서는 무더위로 옷차림이 문제가 된다. 정복 입는 기관은 제외하고 일반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는 “시원하게 입어야 능률이 오른다”라는 직원 측과 “그래도 주민들 눈살이 찌푸러 들지 않도록 단정하게 입어야 한다”라는 꼰대 기관장이 대립한다.

     

    지자체에서 반바지 패션의 붐을 일으킨 장본인은 2018년 엄태영 수원시장이다. 당시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 일성으로 "반바지가 예의에 어긋나고 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반바지 착용을 통해 가장 보수적이라는 공직사회에 작은 변화가 확산하길 기대한다"라며 "시민과 공직자가 함께 '시원한 여름'을 만들어가자"라고 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실제로 공무원의 간편한 복장은 사무실 냉방을 위한 에너지 사용 절약으로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한편, 자유롭고 편안한 복장을 통하여 조직 내 활력 제고와 유연한 사고로 창의적인 조직문화 형성에 크게 이바지한다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그 당시 수원시를 시작으로 전국 10여 개 지자체에서 반바지 여름철 복장완화를 시행해 왔지만 대부분은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7080세대 공무원들은 이런 모습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낄 것이다. 그때 공무원들은 더우나 추우나 검은 양복에 흰 와이셔츠, 귀를 덮지 않는 짧은 머리와 검은 구두가 기본이었다.

     

    공식행사가 있을 때 검은 양복을 입고 야외에서 강한 햇빛 속에 한 시간여 넘게 있다 보면 간혹 쓰러지는 공무원들도 있었다. 사무실에서는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와 부채로 삼복더위를 이겨내며 일했던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주인공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일등공신이 바로 7080세대 50~60년생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인사혁신처에서 올 6월 초 전국 행정기관에 ‘하절기 공무원 복장 간소화 지침’ 관련 협조공문을 보냈다. 무더운 여름철을 맞아 업무능률 향상 및 에너지 절약을 위해 간소하고 단정한 복장을 착용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모든 공무원이 동참할 수 있도록 간부급 공무원부터 솔선수범해달라고 강조했다.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은 근무 중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단정한 복장을 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공무원 복장 간소화 지침’에 따르면 공무원들은 상의는 노타이 정장, 콤비, 니트, 남방, 칼라셔츠 등이 권장된다. 하의는 정장 바지, 면바지 등이 허용된다. 넥타이는 계절과 관계없이 필요한 경우 외에는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 지침은 2000년대 초반에 작성된 이후 20여 년간 똑같이 유지되고 있다.

     

    인사처에서는 지나치게 개성적인 복장 착용으로 공무원 품위를 손상하거나 근무 기강이 해이해진 인상을 주면 안 된다고 주문하고 있다. 지침에서 슬리퍼나 반바지, 찢어진 청바지 등의 복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복장 사례로 제시했다. 과다하게 노출되거나 지나치게 화려한 복장도 사실상 금지된다. 특히 민원 담당 공무원은 단정하지 못한 복장으로 민원인에게 불편함을 주는 사례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이다.

     

    대다수 민간 기업들이 여름철을 맞아 반바지까지 허용하는 등 직원들의 복장을 완전히 자율화한 것에 비하면 공직사회만 지나치게 엄격한 복장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불만들이 많다.

     

    그러면 우리의 선조들은 어땠을까? 목민심서엔 공무원의 복장 문제도 언급하고 있다.

     

    '백성에게 임하는 자는 항상 오사모(烏紗帽)와 청창의(靑敞衣)를 착용해야 한다. 간혹 소탈함을 즐기고 구속됨을 싫어하는 자를 보면 종건(騣巾)만 쓰고 협수의(夾袖衣)를 걸치며, 더러는 망건(網巾)도 쓰지 않고 버선도 신지 않은 채 아전과 백성들에게 임하는데, 이는 크게 옳지 못한 일이다’. 

     

    이처럼 관복 착용은 백성을 다스리고 지배하는 집단으로서의 상징성과 함께 백성에 대한 선도(先導)와 수범(垂範)의 기능도 있다고 볼 수 있다.

     

    60~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 새마을복, 요즈음 민방위복 등이 아직도 남아있지만 새마을복은 옛 시대의 추억으로 지워져간다. 

     

    시대가 변한만큼 인사혁신처나 각 지자체에서도 복장에 대해 좀 더 유연성을 발휘하여 직원들의 사기를 올려주었으면 좋겠다. 다만 주민을 모시는 공무원으로서의 단정함이 기본이므로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 모든 공직자 스스로가 품위를 지키려는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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