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신문] 최만리(崔萬理)는 당대의 뛰어난 학자로 세종의 핵심 관서인 집현전에서 약 25년을 근무해 부제학에 오른 청백리였다.
오늘을 돌아볼 때 577년(서기 1446년) 전의 최만리의 주장이 옳았음을 알수 있다. 최만리는 무턱대고 한글 창제를 반대했던 인물이 아니었다.
만리(萬里)를 내다본 날카로운 식견을 가진 수재였다. 최만리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요즘, 577년 전에 주장했던 그의 절규를 들어보자. ('훈민정음' 또는 '언문'으로 표현한 낱말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한글'로 바꿨다.)
"한글이 배우기 쉬워 오로지 한글만 습득하고, 한자(漢字)를 돌보지 않게 되면 학문이 쇠퇴한다. 한글을 시행하여 임시 방편을 하는 것보다, 좀 더디더라도, 한자를 습득하여 길고 오랜 계책을 삼는 것이 바른길이다.
한글을 시행하면 관리된 자가, 오로지 한글만을 습득하고 한자를 돌보지 않아 관리들이 둘로 나뉘어진다. 관리된 자가 한글을 배워 통달한다면, 후진이 이러한 것을 보고, 한글로도 족히 세상에 입신할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학문을 궁리하려 할 것인가?
이렇게 되면 수십 년후에는 한자를 아는 사람들이 반드시 적어져서, 한자를 알지 못하고 배우지 않아서 담 벼락을 대하는 것처럼, 사리의 옳고 그름에 어두울 것이다. 오래 쌓아 내려온 훌륭한 전통이 점차 땅을 쓸어버린 듯이 없어질 것이다. 한글은 새로운 기예에 지나지 못한 것으로서, 학문에 방해됨이 있고 정치에 유익함이 없다. 백성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한글을 만든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 최만리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적중했음이 증명되었다. 우리말 어휘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한자어(漢字語)를 한글로만 표기하니 글자는 이미 암호(暗號)가 되지 않았는가.
전문서적(專問書籍) 어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대학도서관의 책들이 사장(死藏)되고 있지 아니한가. 글의 의미를 겨우 전후 문맥(前後 文脈)을 따져 파악하게 되니 이것을 올바른 문자라 할 수 있겠는가.
단지 글을 읽었을 뿐 그 내용은 숙지(熟知)하지도 못하는 반문맹자(半文盲者)가 증가하고 있지 아니한가. 글을 쓸 때 올바른 어휘가 선택되지 않고, 문법과 논리에 맞지 않는 글이 범람(汎濫)하고 있지 아니한가. 품성교육이 파탄(破綻)되고 전통문화 계승(繼承)이 단절되고 있지 아니한가 말이다.
이 모든 난맥상(亂脈相)은 우리글 한자와 한글을 혼용하지 않아서 비롯되는 일이다. 문자위기를 자초(自招)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서 국민의 지식력과 교양력과 사고력과 분별력 등이 떨어졌고, 학술과 과학과 기술의 발전도 어려워졌다. 경제발전도 어려워졌고 나라발전도 힘들어졌다.
이러니 노벨賞 근처에도 이르지 못하는 한국이 된 것이 아닐까? 흔들림없이 漢字 2,136자를 상용어(常用語)로 사용하는 일본이 노벨상을 27개나 받은 것이 우연한 일일까?
튼튼한 학문의 기초를 구축하려면 직독직해(直讀直解)되는 문자를 모든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한자혼용(漢字混用)이 화급(火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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