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신문] 정치적 상황에 자유로울 수 없는 시‧도민 구단이 또 다시 딜레마에 빠졌다.
요즘 충남아산프로축구단(이하 충남아산FC)이 화제다. 지난 9일 있었던 홈 개막전 당시, 아산 선수들은 본래 홈 유니폼이던 파란색 유니폼 대신 세 번째 유니폼인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섰다. 그걸 본 팬들은 반발했고, 때마침 선거철인 시기와 맞물려 ‘축구에 정치가 개입했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일은 ‘정도(正道)’만 걸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앞서 소개했듯 아산의 홈경기 유니폼 색깔은 파란색이다. 몇 해 전 팀의 캐치프레이즈가 ‘Blue Wave'였을 만큼 팀을 상징하는 색깔이 바로 파란색인 것이다. 또한 원정 유니폼은 흰색이다.
올 시즌 아산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 유니폼 디자인을 발표하며 세 번째 유니폼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지난 2월 구단 측은 유니폼 디자인을 발표하며 “아산시에서 6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성웅이순신축제를 기념하기 위한 유니폼을 제작했다. 실제 이순신 장군의 붉은색 장군복을 바탕으로 장군검 모양을 은은하게 삽입해 선수들의 투철함과 절실함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아산을 상징하는 인물이 이순신 장군인 만큼, 유니폼 탄생 배경에 있어 반박하는 여론은 없었다.
지난 9일 경기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의 첫 번째는 왜 홈 유니폼인 파란 유니폼 대신 세 번째 유니폼인 붉은색을 입었느냐는 것이고, 두 번째는 역시 팀을 상징하는 첫 번째 색깔인 파란색 대신 붉은색 응원깃발을 제작해 서포터스에게 배부했느냐는 것이다.
간단하다. ‘정도(正道)’를 걷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프로축구팀과 그 팬들은 팀을 상징하는 색깔을 그들의 ‘정체성(Identity)'으로 여긴다. 그 정체성을 흔들려는 요소가 있다면 그 즉시 반발하는 것이 프로축구팀들의 팬들이다. 세 번째 유니폼을 사용하는 보통의 경우는 기념할 만한 특별한 날이거나, 경기를 하는 양 팀의 유니폼 홈/원정 유니폼 색깔이 부득이 겹치는 경우에 사용하는 게 보편적이다.
기자 역시 이번 유니폼 논란이 정치적으로 변질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축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콘텐츠이고, 상품이며, 어떤 이들에게는 삶의 현장이다. 이것이 정치적 논리에 휘말리게 되면 모든 것이 변질되기 때문에 국제축구연맹(FIFA)도 축구와 정치는 엄연히 분리돼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으며, 국가에서 이에 반하는 일이 벌어졌을 땐 국제경기 참가 제재 등의 페널티를 주기도 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박경귀 아산시장, 이준일 충남아산FC 대표이사가 ‘정치적 논란’에 선을 긋고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충남도나 아산시에서 ‘예산’을 출연하고 있다고 해서 해당 단체장들이 이 팀을 마음대로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예산 역시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고, 시민들의 여가선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팀이며, 이 팀을 삶의 현장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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